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리아 Apr 17. 2016

면역력이 문제

매일 십분씩 햇살을 마주보고 살아야 한다는데..

내 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용케도 제일 먼저 눈치챈다.

아침 점심 저녁 시시때때로 실외에서 실내로, 실내에서 실외로 동선을 바꾸거나 오늘처럼 눈부신 햇살에 온몸이 노곤해질 정도로 등짝이 따뜻해졌다가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서늘한 차 문을 열고 들어가앉아서 조금만 온도차가 느껴지면 어김없이 기침을 하거나 코막힘에 눈꼬리 부분 아이라인이 번질 정도로 눈물이 나고 눈언저리가 스물스물 가렵다. 연달아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해대느라 이마에선 식은땀이 맺히고 이어서 열까지 난다.


한겨울 욕실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 후에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머리를 말리지 못하고 그대로 거실로 나오는 날이면 도저히 각티슈로는 감당이 안돼서 두루말이 휴지 한 롤을 다 풀어쓰도록 콧물에 재채기까지 해대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러니 한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를 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무한정 콧물이 쉬지않고 빨리빨리 잘 만들어져 나오는건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언젠가는 너무 궁굼해서 내 친구 네이버한테 물어봤다. 역시나 나보다 먼저 궁굼했던 누군가가 못 참고 선수를 쳤더라.

코안의 습기는 채액에서 빠져나온 액체가 주가 되며 코의 점액선 및 분비세포에서 나오는 액이 포함되고 눈물샘에서 나오는 눈물도 코로 연결된 관을 통해서 콧물을 공급하는데 기여한댄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이해 안되게 신기하기만 하다.


다니는 병원에선 기온 알레르기라며 매번 반짝하고 증세가 가벼워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준다. 거기에 더 심해져서 황사에 미세먼지 영향으로 목에 심한 염증이 생기거나 몸살 기운까지 겹쳐오면 하루 이틀은 꼼짝없이 주사까지 맞고 끙끙거려야 넘어가진다.


어찌 생각하면 생활에 불편할 법도 한 몸뚱이지만 난 그냥 그런대로 괜찮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너무 심하다 싶은 지경이 되면 그때가 스스로 병원을 찾는 적절한 시기여서 약 처방을 받는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두 번만 먹어도 증세는 금방 말짱해져서 그만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삼사일 분의 약을 타오면 옆에서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친구들에게 '그럼 같이 나눠먹자'고 약 인심도 후하다.


그렇잖아도 요즘처럼 매일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잦은 출장으로 피로까지 겹치는 대다가  아침저녁 기온차가 심하면 더 맥을 못 추고 이맘때면 어김없이 올때가 됐는데.. 다며 오늘은 오랜 친구의 우정에 단골대접까지 얹어서  다른 처방하나 더 주겠다 한다.


비타민 D 성분이다. 비타민C와 D 주사를 맞으란다. 주사가 싫으면 먹기라도 하랜다.

매년 먹고 맞아줘야 하는 알파벳 숫자가 하나씩 늘어간다.

A. B. C. D. E..


매일 새벽 다섯시에 눈을 뜬다.  일곱시 반이면 출근해서 종일 실내에만 있으니 해를 마주 보고 있을 시간이 손꼽을 정도인다가 그나마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마저 들여다보지도 말라고 블라인드로 차단시켜 버린다. 그리고 햇볕에 나가있는 것조차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거의 대부분의 약속은 실내고 그나마 장을 보러 나가야 할 때도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햇빛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물리적으로라도 쉽고 간단한 보조제로 대체해서 면역력을 키우는 벙법을 써보기로 했다.


실은 지나고 보니 작년 한 해 동안은 사계절 내내 감기 한번 겪지않고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조차 모조리 내 차지가 되던데 그 감기도 용케 피해 갔다. 키워오던 강아지 네 마리 중 13년을 함께했던 큰 녀석 하나가 네 번째의 큰 수술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훌쩍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라 거의 모든 일을 책 덮듯이 잠시 접어두고 남은 세 녀석을 위해 아침마다 햇살 속에서 산책을 하고 한낮의 땡볕이 한소끔 식으면 한 시간 남짓한 가까운 동막 바닷가로, 선유도로, 안양천 산책길로, 한강 공원으로 놀러다니기 바빠서 그 덕에 운동도 되고 햇빛은 원 없이 쬐었었다.  그래서였을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이십 년을 늘 해오던 일상의 패턴대로 별다를 것 없이  새벽 다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부지런히 식구들 먹일 아침밥부터 올려놓고,  씻고, 여섯시에 일곱 살, 다섯살, 네 살먹은 강아지 세 녀석 챙겨서 후다닥 집 앞 공원 산책 40분 시키고 들어와서 씻기고 말리고 밥 먹이면 일곱시 삼십분. 커피한잔 내려서 막히는 출근시간 살짝 피해 출근하면  여덟시, 그리고 해가 기웃하게 서쪽하늘을 향해 방향을 틀때가 되서야 해를 등지고 퇴근을 한다.


그러니 꼬박꼬박 하루에 두 알씩..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비타민 D를 먹어주기라도 해야 한다고.


윤기나는 반질한 겉맛보고 잘못 샀더니 심심하고 맹탕이었던  오렌지 맛이 난다.

달콤하다 말고 새콤하다만 조금 서운한 맛이다.


오독오독 깨물어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영 없는 것만은 아니다.

해를 식혀서 조금씩 깨물어 먹으면 이 맛이 날까?

매일매일 해를 깨물어 먹는 이라면 좋다.


장 보는 길에 자몽도 한박스 샀다.

햇살을 눈사람처럼 꽁꽁 뭉치면 이런 모양이 될까?

햇살 덩어리 한 박스만큼 면역력이 키워졌으면..



작가의 이전글 코딱지 사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