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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pr 10. 2016

한결같은 주차매너

할머니의 지팡이를 부탁해(^-^)v

 이른 아침 차를 빼려면 꼭 주차브레이크를 걸어놔서 십분씩 기다려야  출근 준비 다하고 내려오는 사람.


일찍 귀가해서 먼저 주차할 때도 꼭 바깥쪽에 세워놓고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몇 대씩 차를 밀고 주차하게 만드는 사람.


오늘도 역시나 주차브레이크를 채놓은 채 들어가서 경비 아저씨가  벌써  번이나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셨다. 그때마다 "금방 내려갑니다" 말만 앞장세워 먼저 내려보내고 정작  그 말의 주인은 십분이 넘도록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아침 출근시간 십분이면 양쪽 눈썹을 다 그리고도 남아서 마스카라까지 꼼꼼하게 챙겨 바를 시간이고, 여유있게 커피 한 잔을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올 수도 있는 시간이다.

눈앞에서 15층 엘리베이터가 나만 두고 그냥 내려가 버려도 순하게 다음 차례를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인데..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알차게 잘 쓸 수 있는 아침 시간을 매너 없는 9층 아저씨를 기다리며 소모하고 있다는 게 짜증이 난다. 오늘은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려 기어코 뾰족한 한마디를 하고 적절한 사과라도 받아낼까 싶기도 하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식구 수대로 차를 가지고 있어서 가구당 두세 대씩인 터에 삼중 주차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주차난이 문제인 아파트에서 번번히 이웃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얄미운 아저씨다.


그런데..

203동 전주댁 할머님이 뭘 드시다가 옷에 국물이라도 흘리신 건지 급히 들고 계시던 짐을 내려놓고 옷에 묻은 걸 부지런히 문질러 닦고 계신다..


작년여름 무릎 수술을 받으신 후부터 한쪽을 의지하고 다니시는 지팡이를 둘레둘레 어쩔까 하시다가 차에 살짝 기대놓으셨네.


음.. 미운 아저씨 덕에 할머님은 아픈 무릎을 깊이 굽혀 지팡이를 주워올리지 않으셔도 되고..


난 첨으로 미운아저씨의 이기적인 주차습관잠깐 용서하기로 했다.


아저씨, 오늘은 천천히 내려오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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