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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pr 10. 2016

아름다운 부부

북카페에서 만난 친구..

좋은 친구라는 인연은 언제나 깜짝 선물처럼 삶으로 걸어온다.


 카페에 와서 자리를 잡으려는데 열심히 노트를 해가며 우와하게 책을 읽고 계신 어머님이 너무 인상깊고 예보여서 이끌리듯 그 옆자리에 앉아서 책을 봤다.


는 그대로를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지금 나에게 보이 그대로의 모습이려면 얼마나 예쁘고 선하게 잘 살아오셨을까 싶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오분여의 시간 동안 소곤소곤 통화를 했는데 그러는 동안 두어 번 눈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서로 인사처럼 미소를 주고받았다.


또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멋진 신사분이 한 분 오시더니 자연스럽게 어머님의 앞자리에 마주 으셨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씨 하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데 부부였다.

아버님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어머님께 내미셨다.


"당신이 마시기엔 아직 뜨거워요, 그래도 향이 좋으니 조심해서  마셔봐요".


"감사해요, 그래도 당신이 먼저 한 모금 드시고 주세요".


어머님께 건네졌던 커피는 다시 아버님이 앉아계신 쪽으로 미끄러지듯 옮겨갔다.


너무나 정겹고 다정한 두 분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름다워서 가만히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새 가슴까지 따뜻해지고 있었다.


"죄송한데요.. 두 분 모습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제가 넋을 잃고 바라봤어요. 그리고 갑자기 용기 내서 꼭 이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제 남편과 꼭 두 분의 모습처럼 살고 싶어요. 우연이지만 뵐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럼 오늘은 제 여자친구를 양보해 드릴게요. 두 숙녀분끼리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


그렇게 인사를 트고 우린 서점이 문을 닫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음악이 나오는 네 시간여를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지낸  친구처럼 끝없이 도란도란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느낌이, 오늘 이 행복하고 따뜻함이, 충만한 느낌이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감싸고 있을 것 같다.


어머님이 마지막 인사에서..

"이제 내 나이엔 새로운 인연이란 있을 일이 없다고, 하둘 떠나가는 일만 남아서 참 쓸쓸하고 적적한데 귀한 선물을 받은 것 같네요. 큰 수술을 한차례 받고 나서 많이 쇠하고 주저앉아 늙어짐이 서럽고 울적했었는데 다시 마음을 잡아봐야겠어요. ..고마워요..".


하시면서 안경 사이로 흐늘하게 맺힌 눈물이 주흐르기 전에 닦으셨다.


 배로 감사한 건 오히려 나였는데, 내가 어른에게 받은 고요하고 평온한 에너지가 큰 위안이 됐는데.. 감사하고 감사했다.


가끔 이곳에서 차도 마시며 함께 북데이트 하자고 약속을 했다. 다행히 서점 바로 윗층 파라곤에 사셔서 언제든 기쁘게 내려주신다니 반갑다.


 따뜻하고 행복한 선물 같은 봄날의 하루가 조용히 저문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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