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단지 초록이의 선택이었다.
우리 엄마랑 친구라는 초록이.
부엌 쪽 장독대로 가는 문 앞에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손님이란다.
처음엔 손톱만큼 얄폿한 풀잎 하나가 볼품없이 삐죽하게 올라오는가 싶어서 그 앞에 벗어둔 끈 떨어진 슬리퍼를 저만치로 벗어두기 시작한 게 어느 날부터는 된장 고추장을 한 숟가락씩 떠나를 때마다 오며가며 안부가 궁금했고 그렇게 눈길 주던 게 두어 번 봄비를 맞더니 어느새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며 저절로 멋진 화초가 되더란다.
부러 가꾸지 않아도 저 혼자 알아서 자라주니 어찌나 기특하고 신통방통한지 두말 않고
"그래 네 땅해라" 하셨단다.
시멘트를 조금 깨트려서 허리춤을 헐렁하게 해줄까 고민을 하셨다는데 이미 제 앞가림 멀쩡히 하며 잘 살고 있는 애를 괜히 건드렸다가 오히려 성가시게 되어 더 못살지 싶어서
'그렇다면 재주껏 어디 한번 잘 살아봐라' 하고 그냥 두고 보는 중이라 하신다.
어느새 우리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초록이는 문밖에 서서 들어오고 싶은 건지, 누군가 나오길 서성이며 기다리는 건지..
초록아, 참으로 반갑고 예쁘다..
귀하고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