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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pr 05. 2016

네가 목련이란다

이름은 알고 가야지..

목련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소담스럽고 탐스러운지..

엄마 말씀이 봄에 피어나는 꽃들은 평생 이파리를 보지 못하고 이파리는 평생 꽃을 보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러네, 그게 너무 당연해 보여서 전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이 그냥 바라봤었다.

겨우내 그 혹독한 추위를 맨살로 견뎌내며 얼마나 꽃 한 송이를 피워내려고 애를 했을까? 이파리까지 딸려서 오기엔 아무래도 무리였겠지.

온 힘을 다해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물을 길어올리고 햇살을 한가득 품으며 따뜻해지기만 기다렸다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꽃 몽우리를 열었겠다. 그렇게 봄을 차려냈겠다.

기특해라, 대견해라..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 빨리 저버린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생한 거에 비하면  참으로 아깝고 덧없다.너무  애를 썼더니 뒷심이 딸렸나? 아니면 뭉그적대지 말고  서둘러 다음 차례를 줄 서서 기다리는 이파리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던 걸까?

목련은 정말 며칠을  반짝하고 피었다가 감탄사가 잦아들기도 전에 시들어버리고 이내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그 시들어져 가는 모습이 그닥 예쁘지가 않아서 더 안타깝고 서운하다.

주말에 보슬보슬 내린 빗방울의 무게조차 견디기 버거웠는지 그새 가지는 더 헐거워지고

바닥엔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목련 잎이 가득했다.

출근길에 한참을  발이 묶여 바라보다가 꽃잎 한 장을 주워올렸다.


"때맞춰 이 봄에 피어나느라 애썼네.. 그런데 네 이름이 목련이란건 알고 가는 거니?"


"그래, 네 이름이 목련이래. 그것도 백목련"


"다음 생애 다시 올 땐 기억해둬, 네가 목련이었다고.."


친구에게 이름을 써준 목련 꽃잎을 보여주며 왜 펜이 닿았던 부분과 손끝으로 잡았던 부분이 더 먼저 색이 변하고 수분이 마르는지 물어봤다. 목련은 너무 예민해서 누군가 자기에게 닿는 걸 너무 싫어한다고, 그래서 닿는 부분이 제일 먼저 변하고 죽는다고..


" 미안,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니? 널 더 아프고 힘들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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