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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Dec 02. 2017

#2 <이번 생은 처음이라> (下)

현타가 찾아오면 이 드라마를 꺼내 보세요


  #2 <이번 생은 처음이라> (下)

   현타가 찾아오면 이 드라마를 꺼내 보세요


인생에 현타가 찾아왔을 때 이 드라마를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던 말에 근거를 더 달아보자면, 일단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현타가 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 주인공들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서 소위 '또라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인데,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경위가 남들과는 달랐던 지호와 세희, 두 사람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두 사람이 현타를 극복한 방법과 관련 있는 부분이다. 현실에 치이던 두 주인공, 지호와 세희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그들을 힘들게 만들어 온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라 본인만의 기준, 본인만의 가치관을 만들어 삶을 살아가고 있더랬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특이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사실, 두 주인공이 정말로 자신들의 현타를 완벽히 극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을 일시적으로라도 보호할 수 있을 본인만의 울타리를 쳐놓은 게 아닐까 한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8화

그 울타리 중에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일단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게 세희의 가치관이다. 합리적인 사고, 절약이 최우선이며, 그의 신조는 '좌 대출 / 우 고양'이다. 그의 뇌구조는 대출과 고양이에 대한 생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세희의 인생에서 쓸데없는 지출이란 없고, 쓸모없는 시간은 보내지 않는다.


지호는 세희처럼 티 나는 '또라이'는 아니나, 만만치 않은 면모를 보여주는데, 아마 다음의 대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호는 방 안에서 다른 방에 있는 세희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9화

지호 : 제가 졸업하고 보조작가로 취직했을 때, 한 달에 80만 원을 받았어요. 그때 저희 아빠가 당장 때려치우고 남해 내려와서 시금치 캐라고 그러셨어요. 집 뒤에 있는 텃밭에서 시금치 일주일만 캐도 그것보다는 많이 번다고요. 그렇게 남들 다 이해 못하는 일을 제가 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냐면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좋은 작가가 되겠다든지, 유명해지고 싶다든지, 성공하겠다든지, 그런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어쩌다가 시나리오라는 걸 보게 됐는데, 그게 미치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시작한 거였어요. 하루하루 글이라는 걸 쓰는 게 재밌어서 그냥. 글을 써서 뭘 이루겠다든지, 뭐가 되겠다든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 2년 뒤의 일 같은 거, 생각 안 해요.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이 결혼. 그냥 저한테는 지금 당장 이 방이 필요했고, 이 집의 안전함이 좋았고, 고양이랑 헤어지기 싫었고, 또, 집주인이 믿을만한 사람이어서. 그래서 한 거예요. 지금 현재 이 집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러니까 결혼이 끝나고 난 이후의 일 같은 거, 저한테 중요하지도 않아요.



이 두 사람이 매력 있는 건, 독특한 컨셉 외에도 '반전 매력'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2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자, 보조 작가로 일해왔던 지호는 서울대생이었고, 깔끔하고 세련된 넓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세희는 오히려 누구보다 빠듯하게 살고 있다면 모를까, 절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


캐릭터의 반전 매력은 사실, 특히 세희로부터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그동안 드라마에서 키 크고 잘생기고 직업 탄탄하고 남자 주인공이라면, 모름지기 생활비를 고민하는 장면 따위는 나오지 않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선 남자 주인공 세희의 머릿속에는 항상, 저 캡처 이미지에서처럼 그 달의 지출금에 대한 계산과 그 달을 버틸 궁리만이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약 312만 원 정도의 급여로 집 대출금과 각종 적금과 보험, 식비, 여가비 등을 빠듯하게 해결하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세희. 직원들에게 카페에서 음료를 쏠 때도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아메리카노로 통일해버릴 정도다. 아참, 9화에서 고급 오토바이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장면도 명장면 중 하나다.






(2) 담배, 노브라, 결혼


이 드라마가 빠른 시간에 호감 드라마로 등극하게 될 수 있는 데에는 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으니, 바로 작품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작가님의 높은 젠더 감수성이다. 드라마 속 캐릭터 설정이나 갈등, 내용 전개 등에 적용되어 있는 페미니즘적인 면모들이 최고다. 여권 신장을 위한 노력만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갖기 쉬운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부적격한 사회 분위기까지도 녹여낸다.


주인공 지호와 세희의 첫 만남부터가 남다르다. 둘은 서로를 동성으로 소개받고 하우스메이트가 되는데,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지 당분간 서로를 동성으로 오해하며 함께 살았다. 그들이 서로를 하우스메이트로서 마음에 들어하고 있을 때 즈음, 그들은 한 집 안에서 마주치게 됨으로써 서로가 이성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래는 그들을 하우스메이트로 소개해줬다가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된 상구와 원석의 대화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2화

상구 : '지호'라며. 잘생겼다며. 담배도 끊었다며.

원석 : 그래요, 지호.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며) 잘생겼잖아요. 진짜 담배도 이제 끊었는데.

상구 : 형하고... 장난치는 건가?

원석 : 형이 저랑 장난치시는 것 아니에요? '세희'라면서요. '세희'. 조용한 성격에, 고양이 키우는 80년생. (사진에서 상구의 오른쪽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여기, 형 옆에 있는 이 사람이라면서요.

상구 : 그래!!!! (사진에서 상구의 왼쪽에 있는 세희를 가리키며) 졸라 조용하고, 고양이 키우는 80(년생). 자, 내 옆에 여기 세희 있네. 여기 딱 세희잖아. 누가 봐도 얘가 세희잖아. 세희, 어?

원석 : 아니, 형님. 보편적으로, 어떤 조용한 80(년생) 남자가 고양일 키울까요?

상구 : (기가 찬 듯이) 와. 그럼 보편적으로, 어떤 잘생긴 여자가 담배를 끊을까?


웃음을 자아내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한방 먹게 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성별에 대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을 깨뜨려주는 대화였기 때문이다. ‘조용한 성격에, 고양이를 키운다는 80년생 세희’와 ‘잘생겼고, 담배도 끊었다는 지호’는 다소 중성적인 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더 쉽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한 커플의 첫 만남이 오해로 인해 이루어지는 건 흔한 설정이지만, 그 오해가 이런 식으로 형성되는 건 드문 일이 아닌가. 이렇게 크고 작은 설정으로부터, 우린 이 드라마가 많은 드라마와 조금 다른 경로를 걷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된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도 몇 번 나눠보지도 않은 여자와의 결혼을 결심한 세희의 사연은 드라마의 후반부에 나오는 중요한 서사임으로 생략하겠다.) 대화도 몇 번 나눠보지도 않은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한 지호의 사연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지호는 서른이 될 때까지 보조 작가로 경력을 쌓고 있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다. 그녀는 남해의 지극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맏딸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에 몰래 지원해 상경했는데, 서른까지 살아왔던 보금자리를 어린 남동생 부부에 의해 빼앗길 위기에도 직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쌍방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짝사랑을 해왔던 PD에게서 성추행까지 당하고, 함께 일하던 작가와 PD로부터는 이를 덮으려는 시도를 감행하는 걸 눈치챈다. 상할 대로 상한 자존심과 바닥난 희망,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지호는 적은 월세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희의 집으로 들어가는 게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이라는 결정에 가까워진다.


이 두 사람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평범하지 않은 이유로 결혼을 감행한 이후, 지호는 자꾸만 선을 긋는 세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지호의 서운함과 그 원인을 눈치챘다는 점에서 그의 섬세함에 놀랐다.) 이 서운함을 눈치챈 세희는 지호와 대화를 시도하는데, 이때 여성으로서의 지호가 결혼 종료 후 받을 수 있는 피해나 상황에 대해 고려하는 세희의 배려 또한 엿볼 수 있다. 작가님의 이런 사소한 설정에 리스펙.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9화

세희 : 많이.. 섭섭하셨습니까? 제가 그었던 선. 남들 앞에선 부부 관계 연출하지 말자고 해서, 그리고 '우리'라고도 부르지 말라고 해서, 많이 서운하셨습니까?

지호 : 네..

세희 : 저는 지호 씨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저희는 종료를 전제로 한 결혼이니까요.

지호 씨에게는 주거 공간을, 저에게는 월세라는 이익을 상호 합의한 계약이긴 하지만, 결혼 종료 후에는 저보단 지호 씨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여성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적으시니까, 그래서 사회적 평가가 더 엄격할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 저와 관련된 관계들은 최소화하고 무언가를 같이 공유하는 일도 되도록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장면들을 통해 작가님이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 더욱더 신경을 꽤 많이 쓴 듯한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수지다. 이름부터가 남다른 그녀는 대한민국을 들썩일 만큼 사랑받았던 '국민 첫사랑' 수식어의 주인공 '수지'와 같은 이름이다. 그러나 이 '수지'는 '국민 첫사랑'의 청순가련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3화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4화

수지는 '노브라'를 지향하고 감정이 섞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와일드하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다. 친구들과 있을 때 고민을 화끈하게 해결해주고 언제나 당당하고 할 말은 다 하고 산다. 그러나, 대기업 대리의 직급으로서 회사 안에 존재할 때 그녀는 정말 딴판이다. 외근 나갔다가 회사로 들어갈 땐 항상 화장실에서 입지 않고 있었던 속옷을 입고, 풀어헤쳤던 머리를 단정하게 질끈 묶는다. 자신에 대한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상사의 성추행적인 발언이나 '시선 강간'도 미소 지으며 능수능란하게 넘겨버려야 한다. 그렇게 남초 직장에서 살아남았다. 이게 바로 옥상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근근이 회사 생활을 버텨나가고 있는 수지의 모습이다.


다리를 벌리고 앉고 속옷을 입지 않으며 털털한 입담을 자랑하는 수지의 모습을 보면, 성추행적인 발언을 일삼고 온갖 추태를 다 부리는 상사에게 입 바른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가 쉽지만, 이 드라마에서 수지는 그러지 못한다. 할 말 다 하고 사는 게 천성일 것만 같은 수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인내하고 버텨야 한다니,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속도 문드러진다. 다행스럽게도 이 드라마 안에서 수지가 바른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기다리고 있긴 하니, 아직 보지 못했다면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호탕한 성격의 캐릭터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의에 아무 말 못 하고 참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나도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3)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스토리, 다양한 문제


이 드라마 안에는 주요 인물이 총 6명이라 볼 수 있다. 총 세 커플이다. 메인 커플 말고도 다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다. 각자 다른 삶의 가치관, 연애 방식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6화

귀여운 호랑X원석 커플이다.8ㅅ8 너무 귀여운 이 커플. 호랑이랑 원석이 개별적으로도 일단 넘나 귀여운 인물들인 데다가, 장기간 연애를 해온 둘이서 꽁냥대는 모습은 요정들끼리 노는 것 같아서 굉장히 깜찍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귀엽고 해맑기만 한 커플은 존재할 수 없는 법. 그들에게도 우리나라 30대 커플들이라면 직면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결혼, 돈, 집, 직장. 오랫동안 연애하고 동거해오고 있는 이 커플에게 시련은 끝도 없이 상주하고 있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6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구(라고 쓰고 마블리로 읽는다)X수지 커플. 러블리한 상구와 터프한 수지의 조화가 매력적인 커플이다. 특히나 9화에서 울먹거리는 마블리를 박력있게 감싸주는 상여자 수지의 장면에서는 굉장한 케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있잖아, 키스해도 돼?"하고 물어보는 우수지 최고.



이 많은 캐릭터들에겐 저마다의 힘든 현실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자로서 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불합리한 순간들이라든지,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결혼도 일도 쉽게 풀리지 않는 현실이라든지, 캐릭터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현실 속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고난들을 다루는 방식도 모두 다른 양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입해 보면서 고민하고 해결해볼 수 있다. 나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한 부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들도, 해결된 문제들도 꽤 있었고 말이다. 그러니 현타가 올 땐, 이 드라마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기타


이밖에도 이 작품은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가령, 각 회차의 제목들도 굉장히 귀엽다. 드라마 제목인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따라서 회차의 제목도 ‘프로포즈는 처음이라’, ‘소속감은 처음이라’ 등으로 나열된다. 그 회차의 주제를 담아 주는 제목이다. 새로운 제목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극중에 나오는 주요 남자 캐릭터들 세 명은 모두 공대남들로, 너드미를 장착하고 있다. 여자들의 언어를 모르는 것에서부터 교육받고(?) 변하는 것, 생각보다 세심한 반전에 놀라는 것까지, 드라마 속 공대남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들을 즐길 수 있다.


+

이밖에도 주옥같은 명대사나 인용된 글귀 등 문학적인 매력도 많이 갖고 있는 데다가, 회가 거듭할수록 매력도가 상승하는 이 드라마에 푹 빠져있을 때쯤, 난 그만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는 것이었는데,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르지만 큰 컨셉이 비슷하다고 했다. 이것은 또 무슨 데자뷰인가. 얼마 전에 열심히 봤던 <하트 시그널> 때와 맞물리는 사건이다. <하트 시그널> 종영 이후 <테라스 하우스>를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도 <하트 시그널>도 내가 정말 아끼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이 큰 오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두 작품에게서 그 어떤 입장도 듣지 못했다는 것 또한... 사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소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드라마가 너무 좋았어서 결국 쓰고 말았다. (표절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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