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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Feb 25. 2018

#5 <리틀 포레스트>

돌아갈 수 있는 나의 작은 숲


  #5 <리틀 포레스트>

  돌아갈 수 있는 나의 작은 숲




돌아갈 수 있는 나의 작은 숲





20일,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로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왔다. 이 영화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기대를 그렇게나 많이 했는데도 그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던 영화였다. 8ㅅ8 너무너무 최고였다....!!@!@!!!!(감격)

영화를 보고 온 날, 너무나도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만났다는 행복감에 영화를 되새기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을 정도였다. 나는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두 편도 꽤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번에 리메이크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가 훨씬 더 마음에 들더랬다. 일본판과는 분위기가 꽤 다르다. 기본 설정 말고는 전반적으로 많이 다르다. 역시 정서가 맞아서인지 내 취향은 한국판이다. 감성도 더 잘 와닿았을 뿐만 아니라 서사가 더 섬세하고 탄탄해진, 정말 좋은 영화였다.






주인공 혜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홀로 상경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세월이 조금 흐른 어느 겨울날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는 그녀의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이 있다. 재하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하고 있고, 은숙은 고향에 계속 머무르고 있지만 일탈을 꿈꾼다. 혜원은 재하, 은숙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직접 키운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천천히, 지난 일들을 돌이켜본다.  친구에게, 고모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며칠만 머물다가 다시 서울로  거라고 말해 두었지만, 혜원은 이곳에서 겨울, ,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맞는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번째 겨울을 맞기까지, 영화는 다양한 음식과 함께, 혜원과 재하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와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느리고 고독하고 조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영화는 귀엽고 유쾌하며 사랑스럽다. 아니, <리틀 포레스트> 이렇게나 빵터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영화의 구성도, 대사도, 배우들의 깨알 같은 호흡도 편안하고 즐겁다. 한국스럽다고 해야 할까. 관객들은 계속해서 빵터졌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는 극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생각난다. 배우들 연기가 찰져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개그 코드들이 많았다.bb (특히, 혜원, 은숙, 재하가 같이 붙는 장면에 웃음 포인트가 툭툭 튀어나온다.)

 덕에 발랄하고 정감 가는 영화였다. 예를 들어,
"역시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
"월급처럼 스쳐 지나가는 "
이런 대사들.ㅎㅎㅎ 삘하게 터지는 이런 대사들은, 보정되어 화사해진 스크린 화면  인물들의 이야기를 현실로 끌고오는 힘을 갖는다. 경험을 통한 공감을 업고서 나오는 웃음은 그런 힘이 있다. 마치, “영미야!!!!!”라는 단어에 기분 좋은 단합력이 생기듯이 말이다.
이밖에도, 담담하게 던지는 살가운 멘트나 행동도 캐릭터의 매력을 높여줬다.

너 주려고 봐 놓았던 사관데 폭우에도 떨어지지 않았다며 혜원에게 사과를 건네는 재하의 대사는 정말 스윗했다. o'-'o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가 분위기와 음식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이야기와 사람에 중점을 둔다. 영화 속 이야기는 더 섬세하고 탄탄해졌고, 인물들 간의 관계성은 더 촘촘해졌다. 특히 엄마를 연기한 문소리 배우의 무게감이 참 압도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게 바로,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는 점이었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 말고도 영화에 나온 모든 인물들의 캐릭터를 살려낸다. 심지어 동물들까지도! 내레이션이 나오긴 하지만, 내레이션보다는 대사를 통해서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해준다. 그걸 같이 보고 듣기 때문에 관객들은 인물들의 친구처럼, 가족처럼 그들에 대해 알게 되고 친해질 수 있다. 캐릭터에 이입된 배우들의 연기와 찰진 대사에,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은숙을 좋아하게 된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온갖 찰진 대사들은 다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영화에는 강아지도 등장한다. (닭도!) 역시나 동물의 등장은 작품의 사랑스러움을 두 배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것 같다. 영화 속 강아지 오구의 고개 연기는 대단했다..! (여기서 tmi : 아기 강아지를 연기한 강아지와 성견을 연기한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 극중 강아지의 이름은 오구이고, 오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강아지의 이름도 오구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는 연기를 한 건 성견을 연기했던 강아지! 고로 극중 오구의 고개 연기는 오구가 한 게 아니다.)

아무튼 이들 덕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요소인 ‘케미스트리(이하 ‘케미’)’가 이 영화에도 듬뿍 듬뿍 들어가 있다. 이 ‘케미’는 배우들이 친할 때 생기기 더 쉬워지는데,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배우들의 리얼한 친구 연기는 진짜 으뜸이었다. 특히 장난스럽게 재하를 갈구며 괴롭히는 혜원과 은숙의 모습은 넘나 한국스럽고 발랄했다. 그 편한 분위기에서 세 명의 캐릭터가 틱틱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들을 깔깔거리게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의 우정에는 술이 있다. 그들의 술파티 역시나 최고인 것. 술로 하나 되어 편안하고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고 옛날 얘기를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는 건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영화 속에서 너무나 잔망스러웠던 배우들을 보니, 메이킹을 보지 못했더라도 배우들이 얼마나 친해졌을지, 촬영 현장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을지 짐작되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김태리 배우의 인터뷰를 읽으니, 배우들이 전부 서로를 막 대하며 장난칠 정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영화에는 웃긴 대사도 엄청 많고, 마음에 굵직하게 와닿는 대사도 굉장히 많았다. 엄마의 가벼운 듯 깊은 대사를 혜원과 함께 되짚어보다가 뒤늦게 깨닫게 될 때가 많았다.

수능이 끝난 이후 어느 날, 혜원이 학교에 갔다 왔을 때, 엄마는 부엌 어딘가에 편지를 끼워놓고는 홀연히 집을 떠났다. 자존심이 상해서 화가 났긴 했지만, 곁을 떠난 엄마에 대한 혜원의 의문과 이해는 생각보다 날이 서 있지 않았다. 혜원은 혜원대로 서울로 나가서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런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머릿속을 맴도는 엄마의 잔소리와 대화를 들으며 만나게 되는 엄마로부터 혜원이 얻는 것은, 이전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것엔 엄마의 가르침도, 엄마에 대한 이해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마와 관련된 장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토마토 신이었다. 엄마와 혜원은 나란히 앉아 토마토를 베어 먹으며 대화한다.

혜원 : "엄마는 연애하고 싶은 생각 없어? 혹시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면 괜찮으니까 연애해!"
엄마는 씨익 웃는다.
혜원 : "아빠 보고 싶어?"
엄마 : (다 먹고 남은 토마토 부분을 밭 어딘가로 무심히 던지고는) "토마토는 그냥 던지면 자란다?"
화면엔 던져진 토마토가 시간이 흘러 자라나서 다시 토마토를 피워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혜원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혜원 : ‘토마토는 강하다. 어디에 던져도 토마토는 자라난다. 단, 완숙된 토마토를 먹고 던져야만.’
(쉬고)
‘보고 싶은 거였다.’

아빠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그리움을 시간이 흘러서야 알아차리는 이 묘하게 뭉클한 장면 말고도, 마지막 장면도 마음에 남는 장면이었다. 혜원은 엄마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야..!"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떠나는 게 다반수였다. 말없이 떠난 엄마의 편지를 발견해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되었을 때야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를 짐작하고,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혜원이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그녀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알바도 많이 했고, 임용고시 불합격도 경험했고, 차가운 밥으로 배를 채웠고, 남자친구에게서 상처도 받았다. 지난 날, 서울에 가겠다고 외치는 혜원에게 엄마가 하는 말은 동문서답 같았다. 뜬금없이 곶감 얘기다. 이렇게 계속 주물러주면 겨울에 더 물렁하고 맛있는 곶감이 된다고 말한다. 그 말에 혜원은 또, 그게 무슨 소리야, 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겨울, 봄, 여름, 가을을 지나서 다시 겨울을 맞기까지 그녀가 경험한 건 계절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봄을 위한 주무르기가 있었을테다. 아빠랑 결혼하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이제 한번 시작해보려 한다고, 삶에서 타이밍이 참 중요한데 그 타이밍이 지금인 것 같다고 말하는 엄마의 편지를 다시 읽고는 혜원은 나간다. 엄마의 편지도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엄마의 말처럼 아무말이 아니었다. 이 편지 장면에서 울컥해 울었다.

혜원 : ‘그때 엄마는 자연과 음식, 나에 대한 사랑이라는 작은 숲에 살았다. 나도 돌아갈 수 있는 나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이렇게 영화가 인물들에 집중한다고 해서, 음식을 다루는 것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계절감 있는 싱그러운 재료를 보이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익숙하고 친근한 재료와 요리법이 나오니, 쾌감이 더 크다. 아참, 그리고 김태리 배우가 진짜 맛있게 먹는다. 특히 아카시아꽃 튀김 장면 절대 잊을 수가 없음........8ㅅ8 (최애 음식)

유일한 아쉬움을 굳이 찾아본다면 감각적인 쾌감이 좀 부족했다는 것? 느린 호흡으로 음식 자체나 재료에 대해 음미할 기회는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토마토에 맺힌 물방울 하나하나에 천천히 집중해 토마토를 온전히 느껴보는 영화도 좋지만, 엄마와 딸이 토마토를 먹음직스럽게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개인적으로는 더 좋아서. 그래서 정말 좋았다.

정말 끝까지 귀여웠던 영화. 크레딧에는 출연한 동물들의 이름이 포함되어있고, 이런 한 줄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제작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동식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지현 언니랑 연수랑 보고 왔다. 영화가 마음에 쏙 들었다.ㅠㅠㅠㅠ 무조건 여러 번 다시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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