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이터한 Mar 04. 2018

#6 <로건 럭키> (스포有)

가짜 소금이면 어떠하리


  #6 <로건 럭키>

  가짜 소금이면 어떠하리




우리의 주인공들인 로건 형제는 감옥으로 향한다. 무시무시한 표정에 왠지 모를 아우라를 풍기는 조 뱅에게 어마어마한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다. 이때 조 뱅은 그들에게 가진 동전이 있냐고 묻고, 로건 형제는 황급히 주머니를 뒤진다. 뭐 대단하고 살 떨리는 상황이 벌어지려나 했는데, 그렇게 주머니에서 나온 동전으로 조 뱅이 손에 쥔 건 바로 달걀 두 알. 몸 어딘가에서 갑자기 소금을 꺼내더니 그 달걀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그것도 고혈압 때문에 처방받은 가짜 소금이다. 그러나 조 뱅은 맛만 좋다고 한다.


상상과는 다른 전개다.ㅎㅎ 왠지 조 뱅이 꺼내는 건 소금통이 아니라 칼일 것만 같고, 그 칼로 자신을 얕보면 안 된다고 한방을 먹일 것만 같았는데. 사실상 조 뱅은 생각보다 그리 무섭지 않더랬다. 이렇게 의외에 의외를 거듭했던 범죄 오락 액션 영화 <로건 럭키>였다.






에이, 조 뱅만 그러겠거니 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절대 그 어떤 대단한 실력자 혹은 그 어떤 힘센 주먹의 소유자가 아님을 바로 알게 된다.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인물들이 엄청난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 모이는데 괜히 내가 다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주인공 지미 로건은 실직에 이혼까지 했고, 한쪽 다리도 전다. 그의 동생 클라이드 로건은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었다. 심지어 클라이드 로건의 말에 따르면, 로건 가문은 대대로 불운한 일들만 줄줄이 생기는 집안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여동생 멜리 로건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지만 말이다. 이런 로건 형제가 모은 인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폭파 전문가 조 뱅도 그리 치밀한 것 같지가 않고, 조 뱅의 동생들도 굉장히 어리숙한 위인들이다.


이런 그들이 모였다. 폭파가 한 번에 성공한 것도 아니고, 똑똑하고 빠르게 일 처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완벽한 실력자들로부터 이루어지는 멋들어진 범죄 액션이 아니다. 액션보다는 코미디,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 그들의 레이싱 경기장 금고 털기는 생각보다 평화롭고 순조롭다.







이 금고 털기를 주도하는 건 로건 형제, 그중에서도 형인 지미 로건이다. 영화 속에서 그 한탕이 이루어지는 내내 지미는 시종일관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이 모든 일에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것처럼 말이다. 돈에 대한 열망과 욕심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지미가 관심 있는 건 이혼 후 따로 살고 있는 어린 딸과의 지속적인 만남뿐이다. 주인공의 변화 없는 표정은 금고를 터는 게 이 목표를 위한 의미 없는 과정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래서 영화가 집중하는 건 화려하고 능숙한 범죄 액션이 아니라, 그 범죄에 도움을 준 상황들의 코믹적인 부분을 어필한다. 가령, 수감되어 있는 조 뱅과 클라이드 로건을 빼내고 다시 돌려보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멜리가 스피드를 내기 위해 사용한 차가 지미의 전 부인의 얄미운 현 남편이 새로 산 차였다든지, 그들을 돕기로 거래한 수감자들이 '왕좌의 게임 폭동'을 벌인다든지 하는 장면들처럼 말이다. (사담이지만, 이 장면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 수감자들과 간수들이 대치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 수감자들은 <왕좌의 게임>을 맹렬히 요구한다. 가장 무서워 보이는 흑인 수감자가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왕좌의 게임>을 요구하는 장면은 단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 목소리 톤이랑 눈빛, 분위기는 거의 <프리즌 브레이크> 급이다.)


지미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난 이후, 그 과정에 자의든 타의든 도움을 준 모든 이들은 선물을 발견한다. 자잘한 도움에도 대가가 있었다. 훔쳐낸 돈으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건데, 이렇게 흐뭇할 줄이야. 마치 홍길동처럼 정의로워 보였던 지미 로건이다. 지미는 이제 새로운 직업을 갖고서 당당히 딸과 행복한 시간을 지낼 수 있고, 클라이드는 더 세련되고 반짝거리는 의족을 찬다.

 



매거진의 이전글 #5 <리틀 포레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