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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Sep 09. 2018

#13 <먼 훗날 우리>

켈리를 만나면 미안하다 전해줘 (스포有)


  #13 <먼 훗날 우리>

    켈리를 만나면 미안하다 전해줘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중국을 좋아하는 내 사심과는 정말정말 1도 상관없이, 이 영화는 최고였다. 최.....고...bb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로맨스 인생영화가 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깊은 관계였던 두 사람이, 첫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또 우연히 만나 오랜만에 과거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반 둘의 우연한 만남이 귀엽고 만화같아서 우린 미소지으며 영화를 보기 시작하겠지만, 장담컨대 영화가 끝날 때쯤엔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의 미소는 다 사라져버리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있으리라. 광광 울어도 괜찮은 날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편의 여운 짙은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길고 깊은 이야기를 사려깊은 연출과 대단한 연기력, 감격스러운 영상미로 잘 담아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약 2시간의 러닝타임에, 시간순으로 과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까지 다소 지칠만도 하지만, 영화 <먼 훗날 우리>는 겹겹이 쌓인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에 관객들이 순식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 많은 내용을 흥미롭고 가슴 시리게 전달해낸다.





극중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그러니까 현재의 두 사람을 비추는 화면은 흑백이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는 온도 높은 컬러 화면으로 흘러간다. 이 연출이 정말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걸 효과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부터 '먼 훗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가 집중해보려는 건 그들이 그리는 미래의 먼 훗날이 아니라, 먼 훗날을 그리고 생각하며 자신을 내바치던 현재 혹은 과거에 속한 그들의 순간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무모하고 후회스럽고 지금은 이해가지 않는 어린 그때의 모습들.


젠칭의 입장에서 봤을 때, 켈리, 샤오샤오, 아버지, 보금자리로 대변되는 중요한 것들은 그가 이후에 끝까지 좇아 이루어낸 결과물과 대비를 이룬다. 가진 것도 이루어놓은 것도 그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던 샤오샤오와 젠칭의 그 시절이, 성공하고 성숙한 모습이 된 그들의 현재보다 더 행복하고 생기있어 보이는 건 참 울컥하게 되는 부분이다. 심지어 지난날의 그들이 사는 힘들고 가난한 삶의 일면들을 엄청나게 리얼하게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너질 것만 같고 방음이라곤 1도 안 되던 그 허름한 집이 되려 보금자리로 존재했단 걸 알게 되는 순간너무 슬퍼진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소파 하나로 온 행복감과 안락함을 가질 수 있었던 지난날의 마음, 둘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행복해하던 그들의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더 그립고 더 애틋하며 더 소중하다.





샤오샤오와의 이별, 아버지와의 이별은 그들의 사랑이 순수하고 애틋하고 그리워서, 미어지게 슬프고 안타깝다. 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게 젠칭이 만든 게임 속 이언의 대사다. 켈리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이언의 말은, 젠칭뿐 아니라, 희미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어떤 결과물을 위해 살아가던 청춘들이 각자의 '켈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었을 것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얼마나 잘하던지, 내가 다 베이징으로 뛰어들어 처절하게 살고 사랑하고 노력하는 것만 같았다. 이 영화의 엄청난 몰입감에는 영상미와 음악도 한몫한다. 춘절, 귀향, 눈덮인 추운 겨울날의 풍경은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완벽했다. 심지어 둘의 열악했던 베이징 살림살이 또한 알록달록한 색감에 힘입어 특별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묘하게 순수하고 낭만적이고 애틋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중국 음악까지 더해져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에 담긴 감성이 나에게 확 와 닿았다. 8ㅅ8





샤오샤오가 편지를 읽으며 자신에게 향한, 그리고 동시에 자기가 가리키고 있는 그리움을 받아들이면서 흑백 화면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날 포함한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지점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 진짜 우연히 보게 된 건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요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마음이 들쭉날쭉 정신없는데 그 와중에 완벽했던 영화였다. 책도 너무 궁금한데 한국에서 찾을 수가 없음... 영화라도 보고 또 보고 또 봐야지. 아직도 먹먹하다.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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