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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Mar 02. 2022

1. 드라마 제작PD입니다.

드라마 제작PD는 대체 뭘까(1)

 4년차에 접어든 드라마 제작PD.


드라마PD라 하면 많은 분들이 슛! 컷! 오케이! 를 외치는 (ex. 신원호 감독, 김규태 감독님 등 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드라마판에서 제작PD는 전혀 다른 일을 한다.


드라마 현장에서 슛!컷!오케이!를 외치는 분들은 보통 연출자, 연출감독님으로 호칭이 감독님으로 통칭다. (물론 PD라고 부르는 분들도 간혹 계신다.) 


현장에서 담당PD가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PD님!하고 찾는다면 그건 와 같은 일을 하는 제작PD를 찾는 소리다.



그럼 제작 PD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


일단 제작PD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사람들다. 작게는 현장에서 촬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진행에 관련된 일들(현장비품 챙기기, 촬영장소 컨디션 챙기기, 촬영에 필요한 비용 결제, PPL 관리, 소품휴대폰, 자동차 관리 등등 과 이게 대체 어느 파트의 일이야? 하고 분류가 애매한 많은 일들....)과 크게는 드라마 예산의 수립과 집행을 관리하는 사람들.


쉽게 말하면 '돈'이 필요한 모든 것을 관리다.


연출자는 화면 내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을 감독하고 제작자는 화면 외의 모든 것들을 관리한다고 하면 될까?

흔히 현장에서 제작부는 현장의 '엄마'와 같다고들 말다. 그런 말을 들으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엄마한테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매우 들 뿐이다.


촬영 현장마다 분류는 다 다르지만 보통 제작부는 프로듀서 > 제작PD > 라인PD 순으로 직급이 있다.

(드라마 현장에서 라인PD는 영화에서 라인PD와 다다.) 프로듀서의 부푼 꿈을 꾸고 현장에 투입된 막내 라인PD는 현타를 강하게 맞고 반 이상은 중도 포기를 .


내가 운전기사를 하려고 이 일을 시작 한게 아닌데... 내가 담배꽁초나 주으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닌데... 내가 물이나 나르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닌데... 등등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벌써 꼰대가 될 정도의 나이와 경력이 된 것도 아니지만 사실 생각을 조금 바꿔서 바쁘게 뛰고 있는 현장 스탭들에게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촬영한 장소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컨디션을 원래대로 돌려 놓는 것. 모두 제작부의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 그런 현타가 드는 순간을 조금 줄일 수 있긴 하나, 막내의 입장에선 그냥 자존심도 상하고 속도 터지고 하는 거 모두 이해는 한다.



혹시 드라마 제작PD를 꿈꾼다면


혹시 드라마 제작PD를 꿈꾸는 분들이 계신다면 환상을 깨트리고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제작PD는 잘해봤자 본전인 직업이다...


생각하는 것 만큼 화려한 직업이 아니고 누군가는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제작PD는 배우들과는 대화할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사실 현장에 오면 배우들을 보고 "와! 연예인이다!" 라는 생각보다 그냥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느낌 뿐이다.


이건 대체 어느 파트의 일이야?라고 생각되면 대부분은 그게 제작부의 일로 넘어오게 되고 온갖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해야하는 사람도 제작PD.


현장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제작부를 찾는 이유는 오직 하나. 문제가 생겨서

 

예시를 들자면 아주 사소한 문제라 함은 약통에 본인이 쓰는 밴드가 없는데 혹시 그 밴드는 없는지? 약통에 이런 약은 없는지? 부터 큰 문제라 함은 누군가가 다쳤거나 장비가 파손됐거나 촬영을 취소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거나 등등 매우 다양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제작PD를 는다.


가끔은 동네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와 경찰서에 갈 일도 생길 수 있고, 그러한 일을 막기 위해 스탭들을 조용히 시키다보면 스탭들의 원망을 사야 하는 사람도 제작PD.

취한 취객들이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내가 이런일까지 해야 돼?할 정도로 비굴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

물론 요즘은 커피를 요구하는 감독님들이 많이 안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가 막내일 때는 나는 사실 카페에 취업 걸까? 싶을 정도로 커피만 하루종일 나르다가 하루가 끝날 경우도 있었.


촬영이 없는 날에도 다음 촬영 준비를 위해 쉴 틈없이 일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이고 또 현장에서는 쉴새 없이 왔다갔다 해야하는 직업다.

촬영 준비가 혹여나 제대로 안될까봐 늘 신경이 곤두서있고 매우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전화기는 쉴 틈 없이 울려서 보조배터리를 세 개씩 들고 다녀야하고 새벽에 울리는 전화소리에 깨고 밤 늦게 울리는 전화소리에 깨서 전화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PD를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잘 모르다.


드라마가 너무 하고 싶어 들어왔고 현장에 있는 게 꿈만 같던 시기를 지나 현장이 같다라고 입에 욕을 달고 살다가도 한 작품이 끝나면 또 기억이 미화돼서 하나만 더 해볼까. 이것만 해볼까. 하다보니 그만둘 시기를 놓쳐서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그럼 너 뭐 하고 싶니?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하고 싶은 건 역시 드라마밖에 없어서 버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둬봤자 다시 돌아올 것 같아서,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아서 이기도 다.

그리고 그런 현장의 같은 일상들이 사실 재밌기도 하다. 너무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스탭들과의 투닥거림조차도 재밌고 그러면서 쌓아가는 유대관계도 즐겁고, 이런 고충들을 서로 얘기하며 주고받는 술잔도 달고, 현장과 하나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겁다.


 아는척하며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사실 나 역시도 아직 막내에서 이제 막 벗어난, 올챙이에서 앞다리가 겨우 나온 정도의 경력이기에 아직까지 '방송쟁이'의 타이틀이 자랑스러운 것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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