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레퍼런스 활용법 2
“각색은 충실한 요약이 아니라, 감정의 재구성이다.”
그런데 어떻게 감정을 재구성해야 할까?
각색할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원작의 매력 포인트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원작이 지닌 핵심 정서, 톤. 캐릭터 등의 매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각색의 제1법칙입니다.
제가 대만 영화 <청설>의 각색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작업도 이것이었습니다.
<청설>이 가진 매력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제작사에서도 첫 번째로 요청한 것은 바로 청량함이었습니다. 청춘들의 연애가 청량할 것.
두 번째로 원작을 잘 살펴보면 청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수어'는 단순히 손으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눈빛과 모든 표정으로 말을 하는 시각적인 언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멀리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버스 안에서의 청춘들의 대화라던지, 클럽씬에서 스피커를 만지면서 음악을 느끼는 씬이 탄생한 것이죠.
'청인(청각 장애인)들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는 대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청인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대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각색을 할 때 중요한 원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관객들은 내가 재미있게 본 것을 또 보기 위해 극장을 찾거나 스트리밍을 하지만
신기하게도 봤던 걸 또 보고 싶지 않아 합니다.
각색의 제2법칙. 관객들은 본인들이 재미있게 본 것을 다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만,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감정이 입혀지길 기대합니다.
“각색은 원작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의 여백을 채우는 창작이다.”
원작을 깨뜨려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기존의 원작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확장된 주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주제는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관객들의 감정을 자아내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또한 주제란? 주인공이 기존에는 깨닫지 못했던 삶의 본질, 혹은 숨겨진 진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https://brunch.co.kr/@dramaticstory/5
원작을 각색할 때에는 기존 원작에서 캐릭터가 깨닫지 못한 것을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다시 <청설>로 돌아가서 대만 원작의 경우 청량감은 있었지만 감정의 이정표가 되어야 할 주제는
극적계기가 약했습니다.
그래서 각색을 할 때 주제가 명확하게 작동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다음은 극 중 주인공인, 여름의 입장에서 서술한 주제입니다)
정 : 기존 명제 : 가족을 위한 희생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
반 : 반대되는 주장 : 내 사랑을 놓치더라도...
합 : 새로운 차원의 명제 : 아! 가족을 믿고 맡기지 못하는 게 동정이었구나! (내가 내 사랑을 지키는 것이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했구나!)
감정의 정반합을 거쳐 가족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던 여름은 용준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또한 주제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과정을 통해 "엄마 딸로 태어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란 대사가 탄생했고,
이는 용준이 여름에게 하는 대사로 발전되었습니다. "널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
창작이란, 기존에 있었던 어떤 것을 새롭게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는 과정을 공부하면
이것을 창작에 활용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창작이란 기존의 고전과 같은 텍스트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기존의 텍스트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 지에 대해 연구하다 보면 분명 여러분 안에 있는 멋진 드라마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