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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블러 Sep 30. 2022

우리는 무작정 배낭을 메고 떠나기로 했다 #1

Ep1.│반 오십의 대학생,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으러 떠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여행에 목말라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두 분은 직장을 다니고 계셨기에

가족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어린 시절 누나와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것 중 하나가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는 친구들이었다.


당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던 우리 집이 큰집이었기에

명절 전날부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 친구들은 차가 막혀서 가기 싫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렸던 우리는 차가 막히는 그 시간조차 부러울 만큼

우리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 3학년,

학교 수업 후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당시 주택에 살고 있었던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었다.


하굣길에 동산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 바라본 하늘엔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마치 바다처럼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며 바다에 온 느낌을 받은 나는

어느새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교회 옆 아스팔트 언덕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분위기와 색감 온도 등 모든 것이 생생하다.

그렇게 조그맣던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나의 세상에 나만의 감성으로 젖어들곤 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서울에서 집으로 잠깐 내려온 동원이를 만나

카페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이놈의 코로나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전역하고 나면 무조건 해외여행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다 망쳤어!" 


코로나가 시작되고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간 말 중 하나일 것이다.

형들에게 벌써 반 오십이냐며 장난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가 그 나이가 되었지만

해외여행 한 번을 나가보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해외여행을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 등을 핑계 삼아 계속 미뤄왔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카페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지인이 쓴 책을 읽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 책을 읽고 책에 나온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곳에 여행을 간 것처럼 설레었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의지가 더욱 불타올랐었다.


- "동원아, 나랑 순례길 배낭여행 갈래?"


정말 갑작스럽게 툭 던졌다.

순간 동원이가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이번이 아니면

평생 나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동원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우리가 살면서 언제 그런 곳을 여행해 보겠어?

   이제 올해 말이면 취업도 해야 하고,

   취업하면 더 나가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무료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이젠 지긋지긋해."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행복이 제일 중요한 나에게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의 설렘과

낯선 여행지에서의 신선한 경험이

간절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잠시 고민하던 동원이는 결국 그날 저녁,

"한 번 가보지 뭐!"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 정도를 남기고 

비행기를 예약함과 동시에

무작정 배낭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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