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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블러 Sep 30. 2022

우여곡절 파리 입성기 #3

Ep3.│28시간 만에 파리에 첫 발을 내딛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경유지인 핀란드에 도착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한

아기가 이륙부터 착륙할 때까지

정말 쉴 틈 없이 계속 울어댔다.


처음엔 아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갔지만

2시간이 지날 무렵이 되니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디 아픈 건가? 배가 고픈 건가?'


4시간이 지나갈 무렵

이젠 아이의 부모님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좁은 비행기 칸에, 심지어 모두들 잠들어야 하는

밤 시간에 하염없이 아이를 달래고 있던 부부,

얼마나 눈치 보이고 미안하고 정신이 없었을까? 


이후 비행기는 무사히 경유지인 핀란드에 도착했고

모두들 내릴 준비를 하던 그때,

헝클어진 머리와 퀭한 눈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도착하니 울음을 그치고

뒷자리 한국인 아저씨와 장난치며

천사 같은 미소로 웃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어머니, 아버지. 존경합니다.'


이후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12시간의 환승 대기시간이 지나고

한국에서 출발한 지 28시간 만에

드디어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에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공항에서 입국 심사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게이트로 나와버렸다.

분명 표지판 보면서 찾아 나왔는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한 우리는

"여기 맞아? 잘못 나왔나 봐"라는 말을 되뇌며

멘붕에 빠졌다. 공항의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불법체류자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이도 저도 못한 채 한참을 그곳에서 어리둥절해하며

느릿느릿 한 데이터를 붙잡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유럽 지역은 조약 국가 간 

솅겐조약*을 맺었기에

핀란드에서 입국심사를 받았던 우리는

따로 파리에서 입국심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여권에 프랑스의 도장을 찍지 못한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천만다행이었다.

찝찝한 마음과 철렁했던 심장을 뒤로하고

지하철 표를 사들고 예약한 한인 민박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마치 너희의 여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고장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우리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파리 지하철을 타고 예약한 한인민박 숙소로 이동하는 모습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 : 유럽에서 조약 가입국  국경 검문을 철폐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범죄 수사도 협조하도록 하는 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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