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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블러 Oct 02. 2022

안녕, 나의 파리 #6

Ep6.│파리에게 작별인사를 남기고, 순례길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다.


오늘 밤, 드디어 예매했던 밤 버스를 타고

까미노를 걷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인

생장으로 출발한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아침.

몽마르뜨 언덕에서 가까웠던 숙소를 잡았던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의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배낭을 맡긴 채 30여분 정도를 걸어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동원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던 도중

유난히 한 신호등 건널목 앞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가 되어

빠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건널목에 다다랐을 때

불길함과 함께 그곳을 둘러싸고 있던 노란색 띠가

유난히 자신의 존재를 한 껏 드러내고 있었다.


폴리스 라인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폴리스 라인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 건 처음이었다.

라인 주변으로 경찰관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경찰관에서

땅바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땅이 데워지기 전 오전의 냉기 가득한 땅바닥에

정체모를 금박지로 된 천이 어떠한 형체를 덮고 있었다.

나는 의도치 않게 약간 떠 있던 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팔꿈치를 보고 말았다.


선선하게 느껴졌던 아침의 기온이

서늘하게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한없이 풀어졌던 나의 마음에는

어느새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유럽으로 여행을 출발하기 전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매치기와 강도를

조심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첫 해외여행이기에 더욱 긴장했던 나는 출국하기 전

동원이와 함께 자물쇠를 구매하여

각자의 가방에 자물쇠를 걸어두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쓸데없이 걱정만 했어.'라는 생각과 함께

점점 경계심이 풀어지고 있었던 찰나였다.

그렇게 파리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걷다 보니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하여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에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들어가서 본 성당 내부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과 여러 가지 조각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넋을 놓게 만들었다.

실컷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기 전

유로를 내고 구입한 큰 초 하나에 불을 밝혀

설렘 반 걱정 반 가득담아 한 움큼 기도했다.


- '우리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이제 곧 시작되는 까미노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주세요.'

- '그 길을 걷고 나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제가 되게 해 주세요.'

- '그리고 아까 길에서 보았던 이름 모를 그분이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랍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초를 밝히고 기도하는 모습

숙소로 돌아가 맡겨 두었던 짐을 찾고

사장님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마친 뒤 다시 길을 나섰다.

버스 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던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뷰뜨 쇼몽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으로 가는 길,

향긋한 과일 냄새가 우리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과일 귀신이 과일가게를 그냥 지나갈 리 없었다.

그대로 과일가게에 들어가 납작 복숭아를 사들고

다시 공원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향긋한 과일 향기를 풍기고 있었던 과일가게

햇빛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납작 복숭아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순간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라서였을까,

감정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천천히 파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물론 행복했던 기억들만 있진 않았다.

그러나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 조차

이미 추억이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 파리의 분위기에 취해 비흡연자인 나에게

  담배 향기조차 향기로 느껴지던 순간들.

- 삶의 균형을 잘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신만의 취향이 존중되는 문화.

- 아름답게 꾸며져 있던 발코니.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는

이곳으로 다시 꼭 돌아와야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찼다.


뷰뜨 쇼몽 공원에서 마지막 파리를 추억하고 있다

그렇게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버스 터미널로 가기 전

까미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근처 데카트론으로 향하였다. 


규모가 컸던 데카트론 안에는

등산과 캠핑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곳에서 침낭 커버와 등산스틱, 우비, 모기약 그리고

잃어버렸던 선글라스 등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양손 가득 물건들을 사들고 데카트론 옆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배낭 속에 물건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분명 출국할 때 7.6kg이었던 배낭은 어느새

10kg을 넘기며 포만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버스 터미널 밖에 앉아서 본 풍경

파리에서 생장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었기에

우선 바욘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한층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예매한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걸음을 옮겼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출발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던 우리는

터미널 밖 공원 계단에 앉아있었다.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우리처럼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사람도 까미노에 가는 사람인가?'


어디로 가는지, 어딜 여행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같은 배낭여행자라는 생각에 어느샌가 마음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신의 여행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20여분을 기다려 드디어 예매한 버스에 올라탔다.

이윽고 버스는 터미널을 빠져나가 바욘으로 향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파리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올게. 안녕, 나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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