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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Oct 20. 2019

합격은 하고 싶지만
입사는 하기 싫은 취업준비생

힘들게 합격한 회사를 관둔 백수의 이야기




‘합격은 하고 싶지만 입사는 하기 싫다’ 요즘 내가 딱 느끼는 감정이다. 말 그대로 취업은 해야해서 불안하지만 취업에 성공해서 직장생활하기는 너무나도 싫은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지금 NCS 시험을 보러 가고 있다. 착실하게 채용 공고를 살피고, 자소서를 쓰고, 시험을 보러 다니지만 나는 취업하기가 싫다. 






1년 3개월, 내가 전 직장을 다닌 기간이다. 힘든 취업준비 끝에 당시 너무나도 가고 샆었던 공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합격 전화를 받고 손이 벌벌 떨렸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원하던 바를 다 이룬 것 같았고, 입사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어느것도 하고 싶지 않아 퇴사했다. 누군가는 ‘부럽다’ 했고, 누군가는 ‘의지가 없다’ 했고, 누군가는 ‘취업이 쉬운 줄 아냐’ 라고 했다. 나는 매일 밤 울고 잠 못자는 직장인이였기에 누구에게도 부러운 존재는 아니였고, 1년 3개월을 악착같이 버텼기에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였으며 힘든 취준 시장을 1년 넘게 겪었기에 취업이 어려운 것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사한 이유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의 오늘이 두려웠고, 내일이 두려웠고, 미래가 두려웠다. 스스로에게 수천번을 물어보며 퇴사를 결심했다. 마음먹고 나서는 바로 퇴사하고 싶었지만, 남은 일을 마지막 날까지 추가근무까지 하며 끝내고 나왔다.





퇴사한지 3개월이 지났다. 퇴사 전에 퇴사하면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했는데 그 중에 이룬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 여러가지를 하려 했는데 그게 오히려 날 더 지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친구에게 신청해놓은 프로그램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친구는 나에게 그러면 가지 말라고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그 때 알았다.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 온전한 휴식이 내게 더 필요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후회하냐 물으면 나는 단호하게 아니! 라고 대답한다. 물론 취업에 대한 불안함은 있지만,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연히 다음 직장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오늘도 취업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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