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독립을 꿈꾸지만, 아직까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주거적으로도 독립하지 못했다.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난 늘 꿈꿨다. 스물 후반이 된 지금은 내 의지와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지만, 유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는 나에게 그런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그 어디에도 갇히지 않고, 종속되지 않는 자유를 원해왔다.
그러던 내게 인간이 한평생 살면서 거쳐야 한다는 관문 중 하나인 ‘취업 준비’는 부모님의 간섭보다 더한 답답함을 안겨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의 진짜 이야기는 저 멀리 뒤로 감춰둔 채 꾸며진 나를 자기소개서에 써야 했기 때문이다. ‘자소설’을 쓰다 나는 지쳐버렸다. 고민을 거듭해서 자기소개서를 써내려 갈수록, 나는 자기 분열에 빠졌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회사임에도 그 회사를 위해 일평생을 살아온 척, 돈 때문에 지원하지만 열정이 가득하고 미래 10년 후의 커리어를 그려본 척하는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성장과정, 성격의 장단점 등에 맞춰 스스로를 감추고 부정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기소개서 밖의 나 자신은 희미해져만 갔다. 그러던 나는 부모님 밑에서 독립을 꿈꿨던 것처럼, ‘기업에 내는 자기소개서’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독립을 꿈꿔보았다. 진짜 내 얘기를 써볼 순 없을까? 생각했다. 물론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독립출판’이란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덕질을 하게 되면,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이름도 나에겐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쩜 이름도... 이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독립출판이 내게 그랬다. 독립출판은 어쩜 이름도 ‘독립’출판이지? 싶었다. 기획부터 실행 과정, 결과 하나하나까지 누군가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점. 이거야말로 자기소개서 내용의 독립에서부터 진행과정의 독립, 형식의 독립. 삼위일체를 다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내가 결정하고 주체적으로 진행해가며, 원하는 내용으로 자기소개서를 써 책을 만들었다. 비로소 완전한 독립이었다.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그만큼 나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고, 해방감에서 오는 짜릿함을 만끽했다. 2n년간 살아오면서 해왔던 일 중, 이토록 내가 성취감을 느꼈던 일이 있었나?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외쳐본다. 독립을 꿈꾸는 자여, 독립출판을 해보자.
@hapsoseo.zip
아 혹시 내 책이 궁금할까 봐 남긴다. 다른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