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를 읽고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는 신문 기사의 제목. 운동선수들은 이렇게 늘 경쟁 사회에서 ‘티켓’을 두고 피 튀기게 싸운다. 운동선수들뿐인가? 정치권도 최고위원 ‘티켓’을 두고 입성 경쟁을 한다.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건 비단 스포츠, 정치만의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까지. 우리는 늘 등수가 매겨지고, 평가받는 데 익숙해진 채, 어딘가에 들어갈 자격, 즉 ‘티켓’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내 앞을 제치면, 또 다른 선두자가 있고, 그 사람을 제쳐도 뒤에 누군가가 나를 역전할까 봐 뛰고 또 뛴다. 그렇게 우리는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상위 몇 명에게만 허락된 그 좁은 문을 뚫고 ‘티켓’을 얻어내라고 온 사회가 부추긴다. 경쟁은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처음 방영됐을 때,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더 이상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바이벌 코드에 대한 이질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쟁이 없는 사회 모습은 어떨까?’ 한국 사회에선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라는 책은 우리에게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허락해준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만큼은 바쁘고 소모적인 사회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다.
“내가 이익을 얻는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게 아닐까요? 개개인 단위로 따져본다면 손해 혹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좀 더 뿌리에 가까운 삶을 살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기존의 경제관념은 매달 월세를 낸다든가, 연간 손익계산을 해서 세금을 낸다든가, 이런 식으로 짧게 기간을 나누어서 계산합니다. 이 역시 더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서 마침내 사라질 때까지, 긴 시간에 걸쳐 생명 활동에 무엇이 바람직하고 더 옳은 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79쪽)
북트레일러 보기 > https://youtu.be/s7u8By3CDeI
늘 쫓기듯 살아온 두 청년이 있다. 도시 속에서 삶의 의문을 가진 한국인 강수희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스로를 소모품이라고 여겼던 미국인 패트릭. 이들은 무경운, 무농약, 무비료를 기본으로 하는 인위적이지 않은 농사 방식(자연농)을 실천하는 농부들이 이야기를 담으러 떠난다. 그리고 그들의 농사 철학, 더 나아가 삶의 방식을 이 책에 담아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농사를 짓다 보면 수고를 보상받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검은 유혹이 슬금슬금 마음을 스친다. 약을 치거나 제초제를 뿌리고 싶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자연 그대로의 순환에 맡겨 생산과 수확에 욕심내지 않는 것이 자연농이다.
“많이 거둘 순 없지만, 진실을 거둡니다”라고 말하는 홍려석 농부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며 윤택한 도시 생활을 누리던 그는 갑작스러운 해고 후 방황하던 중 자연농을 만나게 된다. 그때 이후부터 ‘공생하는 삶’을 그리며 자연 재배 농장을 가꾸고 있다. 홍려석 농부 외에도 다른 농부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농의 철학은 늘 경쟁하며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실마리 또는 낙원이 되어줄 수 있다고 느꼈다.
불안과 경쟁 없는 그곳, 책을 통해 만나보자.
* 반디앤루니스 서평단 펜벗 10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은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