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거기까지

그리고,

by 김승희


기쁜 일이 생겨서

사람들의 얼굴에 햇살이 번졌다.

축하와 웃음이 내 어깨에 닿고,

따뜻한 말들이 오갔지만

모두 돌아간 자리엔 찬바람만 남아 있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라 했는데

나누고도 남은 빈자리가

이상하게 서늘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을 피했고

문턱을 넘기 바빴다.

말 한마디 건네는 이 없이

슬픔은 도리어 두 배로 부풀어

내 가슴을 짓누르며 어둠을 만들었다.


그때마다 그 이 생각을 했다.

버릇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멈춰 섰다.

혹시라도, 어쩌면,

나를 찾아오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한 발만 더 나아가면

만날 것 같던 그 자리에

항상, 딱 그 자리까지 가면

아무도 없다.

허공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다 지나간 뒤

남은 건 정적뿐이었다.

기도의 말도 목에서 멎고

눈물도 말라붙어

나는 끝없는 벽 앞에 홀로 서 있었다.

거기, 누구 없소!

더 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움이 고갈되고

슬픔이 다 타버린 자리에

고요가 찾아왔다.

바람 한 줄기, 햇빛 한 오라기가

말없이 내 곁에 앉았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끝이라 여긴 그 자리 아래

하늘이 열리고 있었음을.


알겠다.

하늘은 멀리 있지 않았고

하나님도, 그이도, 나도

이미 한 빛 아래 있었다.

믿음은 우리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본래 하나였음을 밝혀주는 등불이었다.


*LG 2025 인사이트 강연, 괴테할머니


감정의 파도는 흩어지고

어둠이 가시고

주변이 환해졌다

고요한 희망이 반짝인다.

*괴테 할머니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인생 노년은 시간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