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인쇄 감리할 때 인쇄 상태가 좋았지만, 책을 받고 나서야 제본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제본 불량인 부분을 사진을 찍어 인쇄소 매니저에게 보냈습니다.
몇 통의 전화가 오간 끝에 퇴근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쇄소에서 문자가 와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재제작을 하더라도 상품의 질을 더 올릴 수 없습니다. 책은 전량 회수 후 종이값만 청구드리며, 인쇄소는 다른 곳을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자를 남긴 매니저는 그날밤 내내 연결이 안 되었죠.
밤새 뒤척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장문의 글을 적어 인쇄소 매니저에게 보냈습니다.
출판사는 일정 차질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인쇄소는 종이값 청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좋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12월은 인쇄 업계의 성수기.
원하는 일정을 맞춰줄 인쇄소를 찾기 힘들었어요.
수소문 끝에 겨우 새 인쇄소와 계약하고. 감리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12월 31일. 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촌동생으로부터 고모부의 부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번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제본이었습니다. 사철누드제본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렸죠.
무선제본이었으면 인쇄포함해서 일주일이면 끝날 일이지만, 사철누드제본은 3주.
16일이 지난 늦은 오후, 인쇄소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쯤 책을 배송하겠다고.
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점 상세페이지, 보도자료, 책 소개를 몇 번이고 수정했습니다.
마케팅 계획도 잡아야 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책이 나오고, 본사 교보문고 MD를 만나기 위해 파주로 향했습니다.
새벽까지 만든 자료를 들고 갔지만, 초도물량 50부만 받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국 40여 개 매장을 생각하면 아쉬웠지만, 물류센터로 택배를 보낼 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손길과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혼자서는 좀 많이 힘든 일이었죠. 그래도 힘들었지만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달콤한 여정이었습니다.
#내곁에내가있어 #50대 #버킷리스트 #출판 #신간도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