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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흔들려도 괜찮은 하루들

by 삼도씨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요즘 저를 가장 많이 찾아오는 감정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계속 진자처럼 흔들리는 느낌이에요.

이번 한 주는 그 진폭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것 같아요.


공모 탈락, 조용한 충격

며칠 전, ‘찾아가는 타이베이 도서전’ 공모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결과는, 탈락.

처음엔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자고 다짐했어요.
그래도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막상 탈락이라는 말을 마주하니,
기운이 푹 꺾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최근엔 책 주문도 뜸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무언가 힘을 받는 일이 간절했던 참이었어요.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실패도, 혼자니까 상처는 받지만, 또 혼자니까 그만큼 빨리 털어낼 수도 있는 거구나.

혼자라서 가능한 일, 또 혼자이기에 자유로운 도전.
그게 1인 출판의 묘미 아닐까요.


바람 속의 스케치, 묵은 감정을 씻어내다

KakaoTalk_20250422_151652370.jpg 성북천에서

지난 토요일엔 강풍과 비가 예보됐지만,
서울어반스케치 정기 모임에 나갔어요.

성북천.
비를 피하며, 우산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바람이 세서 우산이 뒤집히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좋았어요.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머릿속을 뒤엉켜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어요.

혼자 말없이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
저에겐 제일 좋은 위로였던 것 같아요.


함께 읽는 책, 이어지는 마음

그동안 책장에만 꽂아뒀던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혼자 읽기엔 지칠 것 같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같이 읽을 분?” 하고 조심스레 올려봤어요.

정말 아무도 응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한 분이 "같이 읽어요"라고 해주셨어요.

그 한 마디가 참 따뜻했어요.
혼자였다면 ‘시간이 없어서’라며 미뤘겠지만,
함께 읽는 사람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하루 한 장씩 읽고 있어요.

이 책은 꼭, 서평으로 남겨보고 싶어요.
함께 읽었던 마음까지 담아서요.


내 얼굴을 닮은 캐릭터

요즘은 인스타툰 수업도 듣고 있어요.
문제는 제 캐릭터예요.

어떻게 그려야 나를 닮으면서도
공감도 얻을 수 있을까, 며칠째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제 캐릭터를 그리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어요.
모니터 속 작은 캐릭터가 조금씩 저를 닮아갈수록
뭔가 마음이 다정해졌달까요.

이 작업도 결국, 나와 세상 사이를 천천히 잇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기에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작은 성취에도 뛸 듯이 기뻐하고,
작은 실패에도 오래 마음을 씁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들고 있다는 걸 믿고 싶어요.


"우리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그것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 윌 듀런트, 『The Story of Philosophy』


매일의 흔들림과 멈춤, 그 안에서 꾸준히 나아가는 습관이
결국 제가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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