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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n 26. 2024

예류, 함께지만 혼자

예스지 투어 (1)

대만을 오기 전, 한국에서 예스지(예류, 스펀, 지우펀) 투어를 신청해 두었다.

예스지는 타이베이 근교에 있어 혼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서 보기는 힘이 들 것 같아 미리 예약해 둔 것이다. 투어 모임 장소와 시간은 시먼딩역,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숙소에서 시먼딩까지 걸었다. 지하철을 타면 빠르고, 편하지만, 제대로 도시를  수 없는 걸 딸과 제주도를 한 바퀴 걸으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깊숙한 골목까지는 좀 무서워서, 큰길에서 저편의 골목을 바라보았다. 타이베이 집값은 서울 못지않게 비싸다는데, 서울과 다르게 건물 외관이 집값에 비해 좀 누추했지만, 꽃들과 나무가 있어 빈티지 느낌이 들어 영화 속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날씨였다. 가이드님은 버스에 타기 전에 예약된 사람들을 체크했고, 그때 명단을 얼핏 봤는데 모두 한국 이름이었다. 적어도 오늘 하루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제일 먼저 도착했기에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다. 버스 뒷문 바로 뒷자리.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탔다. 모두 일행이 있어 보였다.


예약된 사람들이 다 탑승을 하자 버스는 출발했다. 곧이어 가이드의 인사말. 대만 산지가 30년이 다 되어간다는 그의 소개와 이어서 말하는 대만의 정보들.

그분이 말한 것 중 기억나는 건, 대만이 한국보다 영토는 작지만 남쪽에서 북쪽까지 길이는 한반도보다 더 길다는 거. 대만 중앙에 한라산보다 더 높은 산이 있어 화롄 지역에서 일어난 모든 기후 재난들이 타이중, 타이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거. 대만의 모든 영수증은 복권이라는 거. 그러니 절대 함부로 버리지 말고 버릴 거면 자기에게 버리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가이드가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은 모자, 모녀, 친구 등 모두가 이야기할 상대가 있었다.  

난생처음인 혼자 여행은 혼자라서 자유롭지만, 혼자여서 심심하기도 한 여행이 될 거 같았다.


한 시간 남짓 달려온 버스가 예류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밀크티 주문을 받았다. 저렴한 패키지여행 상품을 보면 쇼핑센터를 아주 많이 들리는 것처럼. 강매가 아니라 선택. 내 계획은 가이드가 추천하는 건 다 먹고 해 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당연히 밀크티 주문에 손을 들었다.


예류 버스 주차장에 내려 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방엔 한국에서 들고 온 얇은 비닐 비옷이 있었지만, 가이드가 대만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비와 관련된 제품을 잘 만든다며, 만원 하는 비옷을 권했었다.

가방에 있는 비옷을 입으면 아무래도 빗발 강도가 워낙 세서 찢어질 것 같았다. 화장실 입구에 비옷을 파는 장사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다양한 색상의 비옷들 중 빨강을 고르려다 너무 튀는 색깔 같아 카키색을 골랐다. 

[하트 바위와 성게 화석. 수채 종이에 믹스(오일파스텔과 수채화)]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예류의 특이한 바위들을 자세히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바람이 만든 예술품은 생각보다 아주 멋있고, 주변 환경과 조화로웠으며, 모두가 위대한 작품이어서 그 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한 시간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바람이 만든 작품들 중 사람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은 여왕머리 바위였다. 이미 그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굳이 찍을 이유도 없었지만 찍어 사람이 없어서 바닷가로 향했다.

[오랜 시간의 흔적, 예류]

바닥에 붙어 있는 성게 화석과 각양각색의 바위 그리고 바위 위에 노란 꽃까지. 그 앞에서 말로 글로 형용하기 힘든 숙연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주어진 1시간이 아주 많이 아쉬웠다. 바람과 바위의 시간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없어서.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아직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이 있는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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