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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l 08. 2024

우육면 집에서 만난 현지인 노부부

융캉제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보장암 국제 예술촌을 보고 돌아오는 버스정류장에서였다. 융캉제라는 이름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대충 훑어보니 소품집이 많다고 한다. 소품은 관심 없지만, 융캉제라는 이름은 관심이 있었다. 버스는 지하철과 달라 영어 방송도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 듣기 위해 귀를 쫑긋하기보다 버스 노선표를 보았다. 중국어는 잘 모르지만 다행히 대만은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하고 있어서 대충 눈치껏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한자 발음은 우리와 다르니 번역기의 도움을 받았다.

[누가 크래커로 유명한 미미]

버스를 내린 곳에 바로 미미 누가크래커가 보였다. 사실 미미 존재자체를 몰랐던 나였지만, 알았다고 해도 굳이 누가 크래커를 사기 위해 시간을 내서 찾아갈 마음은 단 1%로도 없었다. 아무튼 얼마나 한국인이 많이 다녀가는지 간판도 한자 옆에 미미라고 나란히 적혀 있었다. 너무 뜻밖이라 혹시 짝퉁인가 싶어 혼자 중얼거렸다. '미미라고?' 이틀 전 미미 누가크래커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 섰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그런 집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엄마가 말한 것과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새벽부터 줄 서지 않으면 사지 못한다고 했는데, 미미라고 적힌 간판 밑에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었고, 팔리지 않은 누카크래커 상자들만 쌓여 있었다.  


" 미미 맞아요." 

중얼거린 내 말을 들었는지 한국어를 잘하는 직원(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 아... 네. 그럼 한통 주세요." 

" 하나? 진짜... 하나?"

그분이 재차 물었다. 

"네. 한 통만 주세요."


그녀는 크래커 상자를 봉지에 넣어주면서도 나를 조금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표정과 행동으로 대충 그녀의 생각이 짐작이 갔다. 그래서 한 통만 고집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과자는 차고 넘친다. 가끔 서울역 롯데마트에 가보면 카트에 가득 우리나라 과자를 담은 외국인들을 정말 많이 봤다. 우리나라 과자도 다 먹지 못한 내가 굳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바리바리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미미 크래커는 그때까지 먹어본 누가크래커 중 우리 가족 입맛에 제일 맞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미미 누가 크래커에 환장하지 않는 한국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하지만 그땐 그랬다. 


융캉제가 나를 끌어당긴 이유는 맛집을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기 위해서였을까. 미미에서의 찝찝함을 뒤로한 채 안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목적지는 따로 없었다. 순수하게 그냥 융캉제는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육면 맛집이 나왔다. 작은 애가 꼭 먹어보라고 했던 우육면. 여기도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물론 내가 먹고 나올 땐 줄이 길었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았는데 짠하고 나타난 우육면 집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우육면을 먹고 나와서 한 컷]


직원에게 안내받은 자리로 갔다. 이미 그 원형 테이블엔 손님이 있었다. 합석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았다. 안내한 직원에게 빨간 우육면과 곁들여 먹을 오이무침을 시켰다. 그리고 나와 합석한 사람들을 보았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식사 중이었다.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식사를 마친 노신사가 나에게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 I'm from South Korea."


일본인인 줄 알았던 노신사가 부인에게 중국어로 블라블라 하자, 옆에 있던 그녀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 Are you traveling alone?" 다시 노신사가 물었다.

" Yes."

" Really?" 그냥 물어본 말에 혼자 왔다니까 노신사가 놀란 눈치였다.

" Yes. I traveled alone."


노신사가 부인에게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다시 본다. 그리고 남편에게 중국어로 블라블라. 노신사가 벽에 있는 메뉴 중 하나를 가리키며 엄지를 척하며


" That`s really good, too."

" 아~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난 내 영어 실력으로는 더 이상 대화가 안 되었다. 조선시대 박지원의 책 '열하일기'를 보면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다면 21세기 지금은 구글번역기, 네이버 파파고를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노부부에게 번역기를 돌려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 이 동네 사세요?"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 집이 이 동네에서도 맛있는 집인가요?"

" Yes!"  노신사의 경쾌한 답변과 부인의 끄덕임을 보고,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기대가 되었다.

[오이무침 덕분에 잘 먹었다]

직원이 우육면과 오이무침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부부가 자리에 일어섰다.

노신사가 먼저 

" Have a nice trip."이라고 말했다.

" Thank you, have a good day~"


그것으로 인사가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노신사 옆에 가만히 있던 그녀가 수줍게 손을 들어 "Bye bye~"라고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네온 그녀의 인사. 그 인사에 나도 손을 들어 "bye bye"라고 화답했다. 우육면 맛은 다 개인차가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혼자 떠나온 여행자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넨 그녀의 미소는 정말 따스해서 조금 전 미미에서 무뚝뚝했던 내 행동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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