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웅덩이, 그리고 늙은 어부

가장 솔직하게 나를 마주하는 순간

by 화운

그는 가끔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이 들 때면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걷는다.

무수한 빗방울들이 온몸을 두드리며

잃지 말아야 할 것을 깨우친다.

움푹 파인 길 어귀의 물웅덩이를

세차게 담가보는 발은 마치 아스라이

심해에 가라앉듯 마음의 추와 함께 추락한다.

수면 위로 늙은 어부에게 도와달라 외쳐 본다.

홀로 헤엄쳐 나오라는 그의 말엔 무게가 없다.

이윽고 물웅덩이에서 나온 하늘은

서서히 비를 그으며 햇살을 비춘다.

그가 얕은 심해에서 건져 올린 건

묵묵히 견뎌내고 이겨낼 그 자신이었다.

잃지 말아야 하는 건 자신이었다.



화운(畵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