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사람

by 화운

내 주변엔 거짓말 같은 사람이 있다. 아마 평생을 내가 가지미 못할 무언가를 그 사람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다. 일분일초 하루가 나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에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곤 한다. 신을 믿지도 운명을 믿지도 않지만 내게 주어진 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때면 단순한 일상의 발생, 그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집중과 몰입이 때로는 나 자신을 지치게 한다. 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기에, 하루라는 시간은 늘 부족하기에 자기만족을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알면서도 이 기분들을 겉으로 표현을 하곤 한다.

아마 어떤 이들은 나를 매일 우울한 사람이라고 볼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장난을 치고 미소를 띠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장난과 웃음은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여러 가지 아프고 힘든 일들을 겪어 오면서 내가 아닌 바깥세상에 창과 방패를 드는 나를, 그 사람은 순수의 나로 돌아가게 한다. 그 사람은 이런 내 생각을 모를 것이다. 쉽게 내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얼룩 하나 없이 진솔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나에겐 글쓰기뿐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겐 다르지만.

나는 그 사람의 미소는 세상 속에서 정제된 물 같은 어떤 순수함이라고 생각을 한다. 가끔은 그 사람에게서 따뜻한 동화책을 읽는 느낌을 받곤 한다. 또 어떤 날에는 비타민을 한 움큼 집어삼키는 듯이 나에게 활력을 준다. 정말 거짓말 같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보면 나는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의 미소, 존재 하나만으로. 그래서 가끔은 그 사람의 힘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진 그 사람의 진실된 아픔을 온전히 내가 가지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곤 한다. 지나친 배려심이라고 해두자. 그렇게 심심한 위로를 스스로 삼아 보곤 한다.

만약 판타지 동화 속을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괴롭히는 무수한 괴물과 악당들을 무찌르는 용사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자주 한다. 그 사람의 미소는 그 정도니까. 그 사람의 아픔을 모두 내가 가지고 싶다.

그 사람의 세상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그 사람의 순수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무뚝뚝한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그 사람의 미소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사람의 순수함, 따뜻한 미소를 지켜주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 순수함에 얼룩 하나 허락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그녀의 감정을 몰래 들여다본다. 가끔 들여다보는 마음속에서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문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만큼은 솔직하게 그 작은 문을 열어주기를 기도해 본 적도 있다. 이러한 무수한 상상 속에서 헤엄을 치고 가파른 숨을 쉬듯 현실로 돌아와 숨을 고를 때면 어김없이 그 사람은 내게 거짓말 같은 존재가 되곤 한다. 이 끝없는 상상과 나를 속이는 거짓말들이 끝나지 않게 되더라도, 끝끝내 그 사람은 알지 못한 채 오로지 나만의 거짓말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상관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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