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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가방

by 화운

당신에게 매주 두 시간은 어떤 의미였나요.

당신에게 매달 두 번의 여정은 어떤 의미였나요.

가장 철없고 이기적이었던 나날의 제가

가장 힘들지만 아깝지 않았을 그때의 당신에게

한 번 더 이기적으로 모른 척 물어봅니다.

십 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마주합니다.


먼 길 와서 두어 시간 보고 가져가는 거라곤

철없는 아들내미의 빨래 가방뿐이었는데.

귀갓길에 혹여나 속상하진 않았을지를

어른이 되고 나서야 물어보는, 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깨끗해진 옷가지들은 당신의 짠물이

스며들어 마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옷에서 당신의 향기가 났기 때문에.


비록 이젠 빨래 가방이 필요 없지만

언젠가 제가 당신의 옷을 빨래하는 날,

보드라운 옷이 당신의 마음을 세탁해 주길 바라겠습니다.

그때의 옷엔 저의 짠물이 마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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