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새벽 목욕탕
by
화운
Jun 20. 2022
아래로
어렸을 땐 그게 그렇게 싫었습니다.
새벽 네시가 되면 새벽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선 당신은 나를 깨우곤
목욕탕에 데려가 함께 목욕을 했습니다.
울면서 간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혼나면서 간 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곤 온탕에 들어가면 좋아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때의 새벽 목욕탕이
매일의 내 삶의 원동력이 될 줄은.
타지에서 홀로 지내온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한 해에 두세 번 새벽 목욕탕에 갑니다.
그리움에 혼자 새벽에 목욕탕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얼룩에 가려진 마음을 씻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과 난 몸을 씻었지만 추억을 머금고 왔었네요.
몸의 물기가 말라도 마음에 차오른 사랑은
언제나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내 눈가부터 적십니다.
다음 새벽엔 제가 먼저 당신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푸른 새벽이 묻었으니 밝은 아침으로 씻으러 가자고.
keyword
목욕탕
아빠
사랑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화운
직업
시인
우연히 한 문장, 한 글자 주의 깊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우연이 제 삶에 길을 내어주었습니다. 제 글이 구름처럼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깊이 있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61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빨래 가방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