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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운 Jul 01. 2024

붕괴된 날

철저히 붕괴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지난날의 저는 까마귀가 집어삼킨

하늘아래 뿌리 뽑힌 나무였습니다


꺼진 가로등 사이로 부는

민들레씨를 품은 듯 산뜻한 바람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 자리를 잡고

부러진 악기로 노래하는 거리의 시인들


시인들이 하나둘 모여 까마귀를 몰아내고

노을을 응축한 촛불을 들어 밝혔습니다


모두가 새장을 부수고 꿈을 노래하자

밤은 보름달 같은 희망을 띄웠습니다


칠흑으로 덮힌 세상이 무너지고

촛불이 얼어붙은 뿌리를 안아주었을 때


새롭게 태어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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