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길은 음소거된 마음이
명료한 고백을 외치는 걸음으로 분주하다
희미한 불빛의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누르지 않고 수화기를 들면
잔류된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아온다
이 시간 만큼은 표류된 고백을
소홀히 외면하고 싶지 않으므로
입술은 굳건히 닫고 귀를 연다
나만 들을 수 있고 흘러나가지 않으니
고백은 오늘도 일기가 되겠구나
요란하게 고요함이 축적되면
멈춰서 있던 만큼의 시간을 더 살게 된다
신호음이 심장의 맥박소리와
주파수를 맞출 때 즈음 수화기를 닫으며
그곳에 고여있던 나를 놓고 온다
주머니속 반창고를 손등에 붙이며
두고온 나에게 안녕, 손짓 해본다
이토록 요란한 새벽에 걷고 걷다보면
바람의 숨결은 명백하고 달빛은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