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요거트를 꺼내 먹는다
그냥 버릴 것인지 고민하다
뚜껑에 미약하게 묻은 세계를 핥는다
컵속에 담긴 것보다 뚜껑이 진짜라는 말
그건 결핍을 향한 증오일까 위로일까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두 곳의 맛을 비교해보면서
알알히 작은 과육에서 무른 여름이 씹힌다
아 가을이었던가
과일의 기억은 어디쯤에 머물러있을까
금세 하나의 작은 세계를 긁어 비워내고
채울 수 없는 허기에 다 핥은 뚜껑을 본다
무작정 몇개를 더 먹어치우면 배탈이 날 것이다
말라붙은 뚜껑을 다시 핥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세상을 맛본 이들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녹은 눈사람의 마음을 먹었구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