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계단

by 화운

어제도 올랐고 오늘도 오르는

계단은 손을 짚지 않아도 넘는 담

넘는 건 올라가 다음을 보는 일


다음은 또 다음이 되고

여기는 저기가 되었다가 다시 여기가 되고

머물다는 지나간다의 그림자


계단은 딱 발자국 만큼 평지를 내어주어

올라가는 일이 더 불안하지 않고

몇걸음 내리막길을 걸어도 슬프지 않을 수 있다


활짝 가슴을 펴 날아오르는 새의 품이 드넓다

새에게도 계단이 있을까

높이 날아가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새의 부리가 예리하게 바람을 자른다

반듯하게 재단된 바람이 날개옷을 입힌다

더 높이 비행하는 새의 하늘은 평원이 된다


깃털 몇개가 담벼락 앞에 선 내 앞에 내려앉는다

고대 유물처럼 바랜 날개뼈에 깃털을 꽂는다

팔을 벌리고 가슴을 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날아오른다 날아간다 날고 있다 날 수 있다

가로막던 담벼락을 넘어간다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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