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오며

by 화운

좌초되어 난파선을 붙잡고

정처 없이 떠돌던 생애

휩쓸던 파도가 이끌어오던 여정


그렇게 만났던 당신이다

빈 소라껍데기에 우리를 녹음하고

파도의 끝자락으로 감쌌던 날들


절벽을 깎아내리는 파도소리에

당신의 외마디 잠겨 내게 밀려올 때

나는 소라껍데기 속으로 숨었지


모래성을 떠나 조각배를 타고 간 당신

더 이상 모래알들은 그리움보다 무수하지 않아서

언젠가는 이 섬도 가라앉겠다 싶었지


가느다란 수평선 어디쯤

표류하는 당신을 두고 온다


무너진 모래성 같은 고백만이 남겨진

무인도에 새집을 짓는 마음으로


두고 오며 함께 오는 것이 있다

당신과 내가 아닌

나와 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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