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별

by 화운

하얀 달이 잠긴 한낮에 밤길을 걷자고 합니다

아니,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로수길에 줄지어선 은행나무들은 별자리 같고

그 아래 떨어진 잎들은 이름 없는 별이 되었습니다


푸른 밤 가로등 불빛을 머금은 은행나무 아래

작은 우주를 나란히 걷습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떠오르는 무언가는

이내 고요한 폭발을 일으키며 별이 될 것 같습니다


샛노란 은행나무잎 하나를 주워

우리가 함께 노래한 시집에 꽂습니다

두고두고 읽어도 빛을 잃지 않는 별이 내려앉았습니다


별이 산산조각 나서 유성우가 되는 얘기는 들었어도

두 별이 하나의 별이 된다는 말은 생소해서

우린 별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달의 뒤편에 닿을 때 즈음 발바닥에 별 하나 붙었어요

운석이 마구 떨어진 모양이었죠

우리의 발자국을 남겨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