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가시

by 화운

나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꽃 같아요

아름다운 꽃잎을 활짝 펴고

향수보다 매혹적인 향기를 내고 싶어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마시고 자라요

꽃은 피우고 싶지만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소의 뿔과 같다고 하네요

홀로서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네요

외로움을 안고 살 줄 아는 것이라 하네요


내게 그런 말 하지 말아 줘요

당신이 나를 웃으며 봐줄 수 있는 꽃이 되고 싶어요

당신은 왜 내 꽃잎을 떼어가려 하시나요

그대는 왜 내 마음을 꺾으려고 하시나요

다치기 싫어 나도 모르게 자란 가시가

내 안을 계속 아프게 하네요

당신을 찌르고 싶지 않아 아픔을 안아봐요

감출수록 번지듯 잔가시가 안에서 자라나요

잘라낼수록 더 굳게 자라나요


당신에게 제 가시가 보이나요

가시 때문에 제게 다가오지 않는 건가요

이 가시가 모두 사라지면 내게 와줄 건가요

이 가시가 당신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해요

당신의 피를 마시며 저는 어른이 되어 가요

꽃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한철 피우고 져도 좋을 텐데

깊이 뿌리박힌 가시나무가 될까 봐 무서워요


어두운 밤은 이불 끝으로 스며들어 오네요

달빛 한줌 비추지 않는 방안을 채워 오네요

그대 내게 햇살이 되어줄 수 있나요

이 햇살로 내 안의 잔가시들을 태워줄 수 있나요

피 칠갑이 된 벌거벗은 나를 비춰줄 수 있나요

나는 장미보다 아픈 가시를 지닌 꽃

그대라는 햇살을 바라는 한겨울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