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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Mar 16. 2021

개구리 잔혹사

 




1.

아이들에게 좋은 걸 알려주겠다고 하는 수업인데, 수업의 내막을 알면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걸 생각하니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이런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척, 밝고 명랑하게 동요를 부르다 왔다. 개구리는 살아있었고 아이들은 웃었고 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괴이한 하루였다.


2.

씻은 돌은 천원. 살아있는 벌레는 하나에 삼백원. 지금 내게 있는 개구리는 식용개구리 여서, 달여먹으면 60포에 25만원이란다. 한 마리당 사천원 꼴이다. 햄스터는 육천원. 토끼는 이만원이다. 자주 가는 대형 마트의 코너에서 실제로 파는 것들이다.


3.

나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비건도 아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양심이란 것이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개구리를 옆에 두고 평소에 즐겨먹던 말린 오징어를 태연하게 씹을 수가 없었다. 오징어가 그와 같은 같은 양서류도 아닌데 괜히 먹기가 미안해져서였다. 작은 생명 하나가 며칠 째 돌을 괴어놓은 마냥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생명의 파장이 이렇게 크다.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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