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기부하기
산 바람 타고 내려온 오월의 상쾌한 공기가 아이방 창문을 통과해 거실과 부엌 그리고 안방 베란다 구석구석을 장난꾸러기 마냥 돌아다닙니다.
집 앞에는 높다란 산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뒤 3년여 넘지만 정상까지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산입니다. 언젠가 산 중턱에까지 세 가족 함께 오른 적은 있으나 정상에 발을 디뎌본 적은 없었네요.
창문 밖 매일같이 보는 산. 커다란 액자 속 그저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듯한 이 산에 더는 미루지 말고 올라가 보자 맘먹었습니다. 때마침 동네에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엄마들도 몇 명 있겠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 시작과 동시에 우리들도 밖으로 나와 체력을 길러보자며 대동단결 하게 되었지 말입니다.
10년도 더 된 등산화를 꺼내어 줄을 당겨 메고 물 한 통을 들고 나왔습니다. 한라산 등반을 다녀온 나의 투박한 갈색 신발은 지나온 세월의 흔적 따위 아랑곳 않는지 여전히 튼튼하기 그지없네요. 단단하게 묶은 신발끈이 등산을 해 보겠단 제 맘을 꼭 붙들어주는 것 만 같습니다.
오늘로, 이번 달 들어 세 번의 정상 등반을 했습니다. 두 번은 같은 산이고 한 번은 그 옆산을 올랐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매주 목요일은 산의 날로 지정해보려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산 타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는데, 이번만큼은 조금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아마도 함께 산에 오르는 지인들 그리고 산 정상에 오를 때마다 기부금이 발생되는 '글로벌 6K 하이킹'에 동참하고 있기에 마음가짐이 달라졌지 싶습니다. 산에 오를 이유가 분명히 생긴 것이니 말입니다.
등산 인증도 흥미롭고 초록 나무 가득한 산속 공기도 무척이나 맘에 듭니다. 하산 직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 하교 시간 맞춰 간식을 준비해 서둘러 운전하고 나가야 함에도 조급함 대신 넉넉해진 마음이 느껴집니다. 산 기운 덕분일까요, 기분이 좋으니 친절함 장착된 사람이 되어갑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 산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이유.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