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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리 Feb 13. 2023

배움의 발견 - 배움을 딛고 '나'를 발견하다

배움의 발견을 발견하세요

작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이 책과 미쉘 오바마의 <비커밍>일 것이다. 하지만 비커밍과 달리 이 책에 대해서 감상문을 써보자고 하니 갑갑해진다. 가난한 흑인 가정이지만 근면하고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미쉘오바마의 부모와 달리 여기는 부모가 답이 없기 때문이다. 출생신고도 안 하고 정부가 어쩌구 하면서 교육도 안 받고 해버리면 정말 답이 없다. 으아악 하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도망쳐버리고 싶지만 끝까지 보지 않으면 이 책은 손해이기에 반드시 끝까지 읽기를 바란다. 

배경

아이오와는 최승자 시인의 ‘어떤 나무들은’에서는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이지만 여기서는 백인 모르몬교들의 미개쑈가 펼쳐지는 살아있는 야생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미개한 민간요법이 총출동하는 오지. 배경이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미국이면서도 낯설어서 자꾸 시대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린다. 하지만 타라 웨스트오버는84년생인가 혹은 86년생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이 글의 배경이 굉장히 최근이지만 그들의 삶이 60년대 처럼 느껴지기에  그 이상한 시대적 관념이 끔찍함으로 되돌아온다.

영화처럼 묘사되는 풍경과 함께 어린 시절의 타라는 쓰레기 산에서 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어디론가 매일 어딘가로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다른 것보다 그것이 주인공의 흥미를 끌었다는 건 아마 저기에 나도 속한다면 어떨까 하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본능적으로 본인이 받았어야 할 교육이라는 걸 알았거나. 

구원의 단서를 찾아가기까지 

주인공을 구원한 것은 음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레코드에서 들은 음악과 성가를 잘 부르는 재능은 이 세상 바깥에는 뭔가가 있다 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똑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기 어딘가와는 다른 멋진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 바깥에는 뭔가가 있다.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리고 바깥에는 정말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 짐작을 확신으로, 결국 삶으로 바꾼 것은 정말 대단하고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알고 있더라도 기존의 세상을 빠져나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돌아오는 것은 배은망덕과 배신자라는 꼬리표, 가족에게 구는 그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짓거리가 사랑으로 포장되어서 발목을 옥죄려 한다. 내가 알아보니 책을 쓰고 나서도 그 가족들은 반박하는 책 같은 것도 내고 유튜브도 내고 (책 제목도 짭처럼 비슷하게 지어서 사람을 열받게 한다.) 옘병을 한다. 

그리고 호소하는 사람은 한 명이고 반박은 다수가 하기에 정말 실질적인 위협처럼 보인다. 팔이 날아가도 미련스럽게 자기만의 사상을 고집하고 또 그걸 종교랑 묶어서 생각을 하고 그 이상한 짓을 용납하는 마을 커뮤니티까지 있다. 존재 자체가 2차가해인 땅이 있다면 믿어질까? 

그 곳을 나와서도 주인공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계속되는 고통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길 멈추지 않는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위대한 부분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주의의 발견

 이 사람이 캠브릿지라는 성취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출판사도 이 글을 관심있게 읽었겠지만 성취로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굉장히 허무했다. 성취가 없었다면 이 사람의 고통은 아마 이렇게 많이 읽히지 않았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도 이 책과 비커밍을 함께 읽고 나서 ’현타’가 왔다. 성공해야만 위대한 사람인가? 세상에는 능력주의적인 책과 미디어가 차고 넘친다. 능력주의는 빛이 나지만 사람들의 눈을 멀기도 한다. 누구나 이런 성취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삶의 성취를 작가 혹은 누군가가 어떤 인사이트로 한 레이어를 덧씌워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K-배움의 발견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읽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네이버에 올라온 독후감들은 공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많이 남겨서 줫나 k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의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면 어린 독자들에게 ‘부모님이 출생등록도 해주시고 독후감 쓸 수 있도록 뒤주에 가둬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왜 제목이 educated 인가 생각해봤을 때, 작가가 빼앗긴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배움 그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배움을 내포하고 있는 '부모가 당연하게 빼앗은 자식의 자유'에 더 큰 촛점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가장 친밀한 사람의 억압과 학대에 가려진 삶에서, 새로운 삶을 스스로 찾아낸 여성의 이야기’로 읽었다. 내 안의 반짝임을 찾아내는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서든 아니든, 모두 발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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