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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rithink Dec 22. 2020

브랜드 에센스, 어떻게 정의할까?

단단한 브랜드의 궁극, 브랜드 에센스 정의하기

자크루이 다비드 - 소크라테스의 죽음 / 출처 : wikipedia

'너 자신을 알라'

짧고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많은 생각이 차오르는 한 문장. 모두에게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명언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했지만, 이 문장의 진짜 메시지는 '네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합니다. 본인이 아는 것에 대해 자부하지 말고 끊임없이 나에 대해, 세상에 대해 탐구하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 즉 '브랜드 에센스(Brand Essence)'의 개념도 이 문장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느낍니다. 우리는 우리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설령 본인이 직접 만들고 오랜 시간 내 것처럼 운영해온 브랜드일지라도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처럼 큰 단위의 브랜드라고 하면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대체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요?

브랜드 에센스에 대한 고민은 브랜드를 처음 만드는 사람, 기업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 타사의 브랜드를 대신 진단하는 사람, CEO,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브랜드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감해야 할 과정입니다. 에센스를 고민하는 시간과 통증이 없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브랜드 에센스(Brand Essence)란?

에센스(Essence)는 '물체의 본질' 즉 정수(精髓)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에센스 역시 단어 그대로 브랜드의 본질, 핵심을 나타내는 어떠한 이미지를 이야기하며 대개 그 이미지는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정의합니다.

'브랜드의 아버지'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모델에서 핵심부에 브랜드 에센스를 표현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시스템화하였고 그 모델이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에센스는 단기간에 휘발되거나 직접 노출되는 언어가 아니며,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의 중심에 내재되어 굳건하게 지켜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에센스는 어떻게 도출하고, 사용해야 할까요?



브랜드 탐구(探究) 생활

소크라테스의 명언과 같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마음과 노력이 있어야 좋은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좋은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 영상은 현대카드 정태영 CEO의 브랜드 강의였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좋은 브랜딩의 예로 회자되고 있는 현대카드이고, 브랜드에 유독 관심이 많은 정태영 CEO의 스토리는 업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지만, 직접 오너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기 때문에 필자에게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회에 약 20분 정도의 강의를 보며 현대카드의 수장이 자신의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애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온 고민의 깊이 또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현대카드만의 자산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브랜드와 에센스, 그것이 뻗어나가는 모든 지점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오너가 존재하는 것은 그 브랜드의 아주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유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브랜드를 살아있게 하는 큰 흐름을 오너가 이해하고 있다면 브랜드 메시지가 파급되는 속도와 효과가 일반적인 조직에 비해 훨씬 빠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이론과 실질적인 브랜딩 도출 과정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시간을 내서 볼 만한 영상입니다.

출처 : 현대카드 다이브

현대카드 브랜드 강의는 아래 링크에서 무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도 브랜드 에센스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는데요, 브랜드를 위한 단어를 찾는 것 대해 정태영 CEO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 브랜딩을 위한 단어는 수식어나 미사여구가 아니다

2) 브랜딩을 위한 단어는 대상의 특질을 나타내고 다른 대상과 구별성을 가지게 해야 한다

3) 브랜딩을 위한 단어는 도구적인 언어가 아니어야 한다

4) 브랜딩을 위한 단어는 단어 자체가 아닌 개념을 함축하는 역할로 사용되어야 한다


필자 역시 상당한 부분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브랜드 에센스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멋들어진 미사여구'를 브랜드에 가져다 붙이는 것인데요, 금융 브랜드가 신뢰와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 / 디자이너가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것 / 유통 브랜드에서 저렴함을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것들은 쉽게 말해 음식점을 개점한 뒤 '음식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현대카드의 네 가지 관점은 모두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 에센스란 단어이기 이전에 어떠한 특징적이고 구체적인 이미지 설계를 선행해야 하는 작업이고, 그 이미지를 언어라는 알맞은 그릇을 빌려 풍부하게 담아내는 것입니다.


아직도 이 개념이 잘 잡히지 않고 어려운 감이 있을 텐데요,

가장 쉽게 브랜드 에센스를 고민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브랜드, 바로 '나'라는 브랜드를 가상으로 설계해보는 것입니다. 가볍게 아래와 같은 문답을 해보세요.


1)'나'라는 사람(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해보세요.

> 단순히 외모나 성격을 표현하는 단어보다, 나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더 좋습니다.


2) 각 단어를 선정한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짧게 고민해보세요.

> 만일 '진솔함'이라는 단어를 골랐다고 했을 때, 어떠한 상황에서 진솔함이 발휘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3) 만약 내 가족 구성원, 가까운 친구 1명, 회사 동료 1명에게 위의 단어 묶음을 이야기하고,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세요.

> 브랜드 에센스란 정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이 함께 동감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하셨나요? 필자 역시 30분 이상, 혹은 1주일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평소에도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잘할까, 타인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 잡념에 휩싸여있는 존재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문답에서 원하는 '나'라는 브랜드 설계를 아주 잘 수행해내고 있는 예가 우리 가까이에 많이 있습니다.

바로 1인 크리에이터들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채널을 만들고, 이름을 정하고, 이름과 맞는 프로필을 만들고, 채널 배너를 제작하고, 동영상에 어떠한 느낌을 부여할지 고민하는 과정들이 브랜딩의 과정과 아주 유사하게 맞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Personal Branding의 궁극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나의 브랜드 에센스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나의 시점으로 본 성공한 유튜버들의 특질을 단어로 정리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관찰이 곧 탐구의 시작이니까요.

즐겨보는 채널 중 하나, '육식맨'. 성공한 개인 브랜딩의 사례라 생각합니다. (출처 : 스브스뉴스)


브랜드 에센스를 위한 증거 찾기

사실 특별한 단어들을 끄집어내고, 아이데이션 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끄집어낸 단어들이 우리 브랜드에 딱 맞는, 잘 어울리는 옷일까? 에 대한 것입니다. 고심해서 선택한 단어가 경쟁사 어느 곳에 붙여도 어울리거나 우리만의 느낌을 강화시켜주지 못한다면 그 단어는 과감히 벗어버려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큰 조직에서 브랜드 에센스 발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면,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임원들에게 충분한 설득이 되지 않는 한 동의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브랜드 에센스를 설득하기 위한 증거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정석적인 예로 고객 FGI, FGD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으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면대면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소프트 - Sometrend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와 가까워져 있었다

늘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필자는 데이터 마이닝 사이트를 통해 종종 키워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예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란 사람들에게 막연하고, 두렵고, 어려운 존재로 여겨져 왔음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간단히 들여다보면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소개해주고, 다양한 정보를 주는 필요한 것이 되어있습니다. 만일 인공지능과 관련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러한 단어들 속에서 충분히 옥(玉)과 같은 에센스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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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데이터 마이닝은 도구일 뿐입니다. 브랜드 에센스의 증거는 전부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마이닝 툴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 주변의 친구들과 메신저 대화 속에서, 인스타그램 태그 검색을 통해서 등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증거 찾기의 핵심은, 단순히 증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발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라 / 데카르트


브랜드 에센스의 활용

앞에서 브랜드 에센스를 '브랜드의 특징적 이미지를 언어라는 그릇에 담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소중히 담아낸 에센스는 '소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금은 절대 그 자체로 음식이 될 수 없습니다. 완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기 위해 소금은 모든 요리에 가미됩니다. 음식의 중심을 잡고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립니다.

브랜드 에센스 역시 브랜드가 뻗어나가는 모든 지점, 브랜드 슬로건, 마케팅 카피, 제품 디자인, 브랜드 키 비주얼 등... 에 적절히 스며들어 브랜드의 중심을 잡고 이미지를 견인하는 동시에 완벽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브랜드 에센스라는 소금을 우리 브랜드의 모든 지점에 솔솔솔 뿌려주세요

마치며

브랜드 에센스라는 용어가 사용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이론적이고 전문적인 접근법으로 브랜드를 바라보자면 제 글은 턱없이 부족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유연해지면서 브랜드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와, '부캐'의 등장이 그 증거입니다. 브랜드의 이론은 브랜드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지만 시대에 맞게 유연히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합니다. 모두의 목표는 우리의 브랜드를 단단하고 힘 있게 만드는 것, 하나의 목소리를 일관적이게 내어 지속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브랜딩의 모든 과정을 '정의'와 '정리' 두 가지 단어로 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브랜드를 위한 정의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그것을 꾸준히 정리하기만 해도 좋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태영 CEO의 인상 깊은 한마디가 있어, 그의 몇 마디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브랜딩 잘하는 회사는 정리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고, 어떤 회사는 '그거 했으니 됐겠지' 하고 잊어버려 몇 년 후에 모든 것이 흩어져있고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브랜딩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브랜드를 위해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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