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awrithink Feb 27. 2023

하던 대로 하면 돼

예기치 못한 환경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는 방법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회사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고, 나는 이런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다. 내가 몸을 담은 조직은 실적 이슈로 다른 조직에 흡수되었고, 여타의 이유로 그들은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이 생각보다 그리 평화롭지 않을 거라는 것은 왜 아무도 예언해주지 않았나?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은 정리 해고 절차가 한창이고, 우리 엄마 세대가 겪은 IMF의 시작이 지금과 비슷했을까- 따위의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이 상황을 한바탕 겪으면서 정리된 마음을 한마디로 하면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무리에 소속된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개인 하나하나가 가진 능력이나 의미는 점차 적어진다. 조직의 크기가 커질수록 나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활약하면 무언가 잘 될 것 같던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때와 달리, 지금 '혼자의 힘'은 어떠한 의미도 없다. 우리는 단지 바다에 떠올라 유영하는 것처럼 흐름에 몸을 맡기고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바다 안의 나, 내 안의 내 마음

바다의 비유를 사용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물속에서 숨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다. 수영을 오랫동안 배운 사람조차 바닷물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생각한 물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영장이라는 인간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 환경과 고요한 물의 상태는 개인의 능력을 과하게 믿게 만든다. 얼마 전 술을 한 잔 기울이며 나눈 수영에 관한 대화에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바다에서 평정심을 잃은 순간은,
물속에 깊이 들어갔을 때가 아니라 
눈앞에서 한참 떨어져 버린 배를 보았을 때였어.

물과 친해지려(수영, 잠수, 다이빙 등)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이 감정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물속에 집중했을 때 특별한 평화로움과 반대로 순식간에 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해서. 내 마음에 걱정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순간 온몸에 불안이 가득 차고, 불안은 산소를 삼켜버리며 숨이 점점 막혀온다. 만약 그 순간 여러 명이 있다면 한 사람의 패닉은 순식간에 옆 사람에게 옮겨 붙어 한바탕 공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친구는 다행히도 평정심의 끈을 놓지 않았고, 함께 있던 사람들과 합심하여 다시 배에 탈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

바다 이야기를 애써 적은 이유는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래, 우리 삶의 모든 순간들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침착함을 유지하자'
나는 종종 나보다 훨씬 침착한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감탄하고는 한다. 나 자체가 그리 침착한 사람이 아니고 성격이 급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침착함과 평정심은 학습으로 단련되기도 하는 것 같다. 돌아보면 나도 몇몇 사건들을 겪으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바로 다음 수를 예측할 여유조차 없어 훗날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일이  잦았는데, 요즘은 어떠한 징조가 있을 때마다 그다음, 다다음을 고려하고 행동에 옮기려 한다.
평정심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은 외부 자극이 내 마음의 성을 뚫고 들어오려고 할 때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아닌, 내 마음 중심으로 모든 정신의 영점을 맞추는 것이다. 외부 요인에 시선을 뺏기면 그때부터 자아의 의지가 아닌 내 주변의 파도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꼴이 되어버린다.
물론, 인간의 대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서 문제가 닥치면 주변을 탐색하고 환경이나 그 상황 자체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단,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으로 모든 신경을 끌어모으면, 진정 내가 원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내 마음에 따른 나의 관점이 가장 중요해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느 분과 대화하며 얻은 것이 있다.

그때의 나는 일정량의 목표를 달성한 후, 늘어가는 주변의 기대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며 그들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분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말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어떻게든 다 살 구멍이 있다. 두 번째, 인생은 결국 혼자라고들 하잖아. 그만큼 내 결정이 가장 중요해. 세 번째로,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이야. 나만 죽으란 법은 없어. 저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언뜻 보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이지만, 나에게 이 짧은 세 가지의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단련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였다. 결국 나의 관점이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앞으로 펼쳐질 겪지 못한 시간들은 수영장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이다. 결코 인간이 원하는 대로 미리 계획하고 조성해 둘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 마음뿐이다.


실패는 필수가 아니다

반면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다. 일명,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인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따위의 말이다. 첫 번째로,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실패라는 두 단어 속에 이미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 그 누구도 성공과 실패 중 두 번째 단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나는 꼭 실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파야 청춘인 것만은 아니니까. 솔직히 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다. 신입 때 인쇄 실수를 내지 않기 위해 같은 문서를 수십 번씩 살펴보았고 발표하기 전에는 열댓 번도 넘게 녹음을 하고 직접 들어보며 연습해왔다. 내가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되 언제나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지 나는 나 자신을 믿으며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그것을 '실패'라고 칭하지 않을 뿐이다.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모든 자취가 지금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굳이 실패를 경험할 필요는 없다.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드러나지 않더라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실수하지 않으려 온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고, 만일 원하는 결과가 있지 않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굳은살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던 대로 하면 돼

최근에 가장 위로가 된 말을 골라보라고 하면, 이 말을 뽑겠다. '그냥 네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돼.'

이 말에는 여러 가지 힘이 들어가 있다. <나는 너의 있는 그대로를 믿어.>, <온몸에 힘을 주지 말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여줘.>, <내가 너를 보는 것처럼 너 스스로도 너의 존재를 인정해 줘.>, <그러면 너는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어.>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 같이 나는 곧 파도가 휘몰아칠지도 모르는 폭풍전야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디론가 둥둥 떠가고 있다. 지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곧 폭풍이 와서 우린 다 죽을 거야!'라고 소리쳐 알리거나 나 혼자 살겠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수영 실력을 뽐낸다 할지언정 내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온몸에 힘을 빼고 폭풍이나 바다 한가운데라는 생각을 최대한 버린 후, 눈을 감고 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다. 나를 믿고 내가 믿는 사람들을 믿으며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하던 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해내다 보면 잘 될 거예요.'


나의 힘 말고, 우리의 힘이 필요해

2022년 리브랜드한 Figma의 슬로건은 그 해의 나에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Noting Great is Made Alone / 위대한 일은 절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The myth of the lone genius is only a myth / 고독한 천재의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 신화는 이제 그만!

세상은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 개인이 뛰어나면 바벨탑 꼭대기에 올라 신이라도 될 수 있는 것처럼. 앞서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라고 썼지만, 이것이 나의 능력을 과신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피지컬:100>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자신의 영역에서 가히 최고의 신체조건이라 불렸을 만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최고를 가려낸다. 하지만 회가 갈수록 그 안에서 최고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가장 뛰어난 몸을 가진 자가 아니라,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자 들이다. 그들은 어떠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할뿐더러, 주변 사람들을 이끌어 무리의 힘을 만들어낸다. 혼자서 안간힘을 써도 움직이지 않던 2톤의 배 한 척이 다 함께 구령에 맞추어 힘을 쓰니 서서히 굴러간다.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던 상황이 여럿이 한 방향을 바라봤을 때 해결되어 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렇게 개인의 마음가짐이 타인에게 옮겨 더 큰 힘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나를 믿고, 우리를 믿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못 할 일이란 없다.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결국은 '경험'이다

우리는 살면서 로또 당첨과 같은 대단한 사건을 꿈꾸고, 스티브 잡스처럼 대단한 사람이 됨으로써 성공이라는 대단한 결과를 얻게 될 것 같지만, 실상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작고, 조금 큰 일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하며 그것을 토대로 조금씩 성장하는 걷기 운동과 더 비슷하다. 어제 갔던 길이 좋지 않았다면 살짝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가보면 되고, 이 방향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도 된다. 그 결정은 모두 나 자신이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닥칠지, 어떻게 될지 나의 여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그냥 조금씩 내가 하던 대로 걸어 나가자. 그럼 어디론가 도착하게 될 것이다.


Courage is not the absence of fear, it is acting in spite of it.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작가의 이전글 도덕과 명예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