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한 단 1,000원, 애호박 1,000원, 양파 한 망 4,000원, 두부 한 모 2,000원, 팽이버섯 500원, 된장 4,000원.
오늘의 메뉴는 된장찌개. 자취하다 보면 가끔 집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트로 향해야 한다. 가벼웠던 카트에 재료가 담길수록 손아귀가 저렸다. 이를 증명하듯 계산대에 찍힌 가격이 묵직했다. 그렇게 만 원 한 장이 내 손을 떠났다. 무려 오늘 한 끼를 위해서.
자취하면 월세 다음으로 식비가 가장 많이 나갔다. 한 달에 20만 원은 지불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절약하고자 가스레인지를 켜보았다. 하지만 차가운 재료비에 불씨는 이내 꺼지고 말았다. 앞마당에 나가면 해결될 것을.
밭과 논으로 둘러싸인 본가에서는 일찍부터 농사를 지었다. 고기 파티를 하는 날이면 앞마당에 나가서 배추를 뽑고, 비닐하우스에서 고추와 깻잎을 따고, 장독대에 올라가서 된장을 푸면 그만이었다. 손을 뻗으면 거두어지는 농산물은 참으로 당연했다.
‘콩, 깨, 고구마, 감자, 양파, 파, 배추, 마늘…’ 마당에서 기르는 농작물을 수학 공식 외우듯이 줄줄이 내뱉었다. 서울 토박이는 그런 나를 데메테르 보듯 바라보며 답했다. ‘안 키우는 게 없네?’ 그제야 시골에서의 ‘일상’이, 서울에서는 ‘이상’하게 치부되었음을 깨달았다.
*이ː상(異常) : 보통과 다름. 보통이 아님.
오늘의 대지의 신은 채소 판매대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가격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안 파는 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