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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08. 2023

나는 브런치 속 어떤 독자일까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독자인가요?

글은 대화와 같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있고 독자가 있어서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것이지,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은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혼잣말과 같지 않을까?

대화는 말하는 화자가 있고, 듣는 청자가 있어야 형성이 된다. 물론, 청자가 화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두 명의 화자가 서로 자기 할 말만 해나가는 것도 대화의 일부로 보지만, 넓은 의미에서 그런 것을 대화라고 할 수는 있나 고민하게 된다.




내 취향에 맞는 글의 선택

나는 브런치 속 카테고리 중에서도, 에세이, 직장생활, 스타트업 분류의 글을 종종 읽는데, 브런치에 올라오는 많은 새 글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며 글을 썼는지 와닿는 글들이 있다. '정말 잘 쓴 글이다.'라는 감탄과 함께 그 작가의 매거진이나 브런치 북을 읽어 나간다. 무료로 그들의 그런 글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에 가깝다.


하지만, 글을 읽다 말고 자연스럽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글들도 있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잘 쓴 글처럼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들을 복잡하게 나열해 놓은 글들이다. 다들 내로라하는 글 좀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 테스트를 통과하고, 글 솜씨를 뽐내는데, 철학이나 고전 같은 장르에 약한 나에게 있어서 그런 어려워 보이는 글들은 감히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기에, 작가님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다.

뿐만 아니라, 제목이나 첫 문장에서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글들은 심지어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나의 독서편향적 성격이 원인이다.




라이킷

브런치에는 라이킷이라고 하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기능이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 좋아요나 하트를 상대방의 게시물을 읽었다는 의미로 사용하곤 했다. 딱히 공감의 의미로 그들의 글을 옹호한 건 아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다르다. 나는 라이킷을 작가의 글에 만족했거나, 작가를 응원하고 싶을 때. 혹은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갈 때 라이킷 버튼을 누르며,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댓글을 통해 감상평을 적곤 한다. 그러한 독자의 감상평이 작가들이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싫은 라이킷도 있다.

가끔 브런치를 하다 보면,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라이킷 버튼을 눌렀다는 알람이 오곤 한다. 하지만, 그 알림이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다. 내가 쓰는 글들은 제법 장문의 글인데, 시리즈로 작성하는 글들에 연속적으로 좋아요만 누르고 사라지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글을 읽어주지 조차 않는 사람들 보다, 기분이 나쁘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그 긴 글을 읽었다고? 말도 안 된다.


브런치에는 여러 가지 독자의 부류가 있다. 나도 작가이자 독자이다. 나는 어떤 독자일까? 그리고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떤 독자일까?

글을 읽어주지 조차 않는 사람들

글은 읽지만 그저 읽고 사라지는 사람들

글을 읽지도 않고 라이킷만 누르는 사람들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사람들

글을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는 사람들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아닐까?




글을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학교 학창 시절 동아리 홍보를 위해 강의실에 들른 각 동아리 홍보팀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족속들과 같다.

가끔은 그들이, 내가 그들의 글을 읽고 눌러준 라이킷과 댓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에 품앗이라도 하듯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가는 것 같지만, 나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라이킷 대신 그들이 1분만이라도 시간을 투자하여 내 글을 읽고 사라지는 독자가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이 당신의 마음에 들어, 라이킷뿐만 아니라 구독을 눌러주는 독자가 되길 희망해 본다.


구독하기와 라이킷 댓글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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