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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12. 2023

근조 (謹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이미 제법 오랫동안 투병했던 그의 부친이었기에, 언젠가는 이 날이 올 것이라 예상은 했었겠지만,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눈물바다가 돼있거나 창백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비통한 마음은 그의 얼굴에 잘 드러나진 않았다.


친구 HH는 언제나 웃는 표정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했으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예전에 대학생활 때도, 슬픔이나 고통과 같은  네거티브한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고 친구들에게 의지한다기보다 혼자 해결하는  성격이었기에, 장례식장에서까지 그의 비통한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건 그의 성격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어딘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오늘 아부지 돌아가심..ㅠㅠ

2023년 1월 11일 오전 10시 43분. 그로부터 우리에게 비보가 전해진 시간이었다. 얼마 전 다른 친구로부터 그의 부친께서 위독하시다는 말은 들었었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한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땐 가볍게 편찮으신 건 줄 알았는데, 그런 가정사를 드러내는 성격의 친구는 아니었기에 소식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를 만난 건 거의 2년 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는 대학 친구의 결혼식이었는데, 그의 다음 소식 역시 경사로 들려왔으면 좋았겠건만 조사로 그를 만나게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들어보니 암이었다. 작년 중순 경 그의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그리고 말기암 판정을 받으셨다고 했다. 의사는 연명치료를 하는 방향과 하지 않는 방향 두 가지 선택권을 그의 가족에게 내밀었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 다면 그저 1개월이란 시간만이 그의 가족들에게 남아 있을 뿐이라, 그와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택했다. 약 6개월 정도의 항암치료로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에 다행히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셨다.


내 주변에서 친구들의 친척들의 부고는 가끔 들려왔으나, 부모님의 부고가 들려온 적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그를 위로하기도 어려웠지만, HH가 그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나는 아직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의 선대인의 영정에 향을 올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그의 상처를 당장 아물게 할 순 없을 것이다.


그저 그의 손을 잡아주고, 그의 어머니와 누나들에게 "힘내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소정의 부조금을 건넬 뿐이었다.


우리의 방문과 위로가 큰 도움은 되지 못해도, 그의 얼굴을 보며 전하는 말 한마디가 그가 하루라도 빨리 기운 차리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희망해 본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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