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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14. 2023

호/불호

오늘의 날씨. 비.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날씨 소식을 본다.

이상하리만큼, 주말만 되면 주중에는 늘 맑던 하늘이 비, 흐림으로 바뀌어 있다.

언젠가부터, 비 오는 날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 후의 일일 것이다.




언젠가,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TV였는지, 영화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빗속을 걷고 있는 주인공을 본 적이 있다.(아마 쇼생크 탈출의 엔딩)

그것을 본 후에 비 오는 날, 들고 있던 우산을 내던지고, 비를 신나게 맞고 집에 온 적이 있다.


비에 젖는다는 것은, 참으로 찝찝한 뒤끝 있는 기분이다.

대체적으로 비를 맞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비에 맞으면, 축축하고, 하루종일 끈적끈적하며 알 수 없는, 기분이 계속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나는, TV속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비를 양껏 맞았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으리라.

아마도, 그런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하늘에서 의미 없이 내리는 비. 산성비니까 맞지 말거라 라는 부모님의 말과는 반대로 한번 정도는 그렇게 비를 맞아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문득 옛날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철없던 시절이 그리운 건지, 단지 과거가 그리운 건지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오늘과 같이 옛날에 어떤 사건을 회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어느 환경이 조성이 되면, 더욱 옛 생각이 그립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수많은 환경 중에 하나가 바로 비다.


오늘도 창밖을 보니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도로변에 고인 물을 본다.

조금씩 신발이 젖어간다.

머리는 비를 안 맞으려고 우산을 더욱 낮춘다.


비가 오면 여전히 밖으로 나가기를 싫어하는 내가, 도로변의 물살을 헤치며, 신발이 젖어가며, 우산을 접은 채 머리는 비에 젖어가며, 기분 좋게 뛰어다니던,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본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게 철없던 시절 후 군대 제대하고 나서, 다시 한번 비를 신나게 맞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제주도 자전거여행이었다.


젖은 우비를 입고 길에 있는 쉼터용 오두막 앞에 자전거를 팽개쳐놓고 4명이서 누웠다.

내가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바로 내 인생에게 최고로 기분 좋게 낮잠을 잤던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의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비가 싫은지, 아니면 가끔은 좋은지.



@이 글은 2014년 4월 27일에 발행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3 1월 13일 개정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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