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롱 Jan 15. 2023

의심

수상한 독서모임

또 사기당하는 거 아니냐?

내 베스트 프렌트 중에 A군이라고 있다. 광주에 사는 그는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키 184cm에, 몸무게 98kg. 킥복싱을 배우고 있으며 (최근 발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체육관에 안 나가는 중) 의외로 춤추는 취미도 있다. 또, 덩치에 안 맞게 순수한 A군은 약간 팔랑귀도 가지고 있어서, 남들이 안 당할 법한 일에도 여러 번 속아 그의 에피소드의 절반은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 일 것이다.




수상한 독서모임

며칠 전, 그로부터 하나의 카톡을 받았다. 독서모임에 나갔는데 우연히 선정된 도서가 성경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모임도 아니고, 성경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이 있다고? 막상 들을 때는 '이상한 색깔의 모임이네' 정도로 여겼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계속해서 의심이 들었다. '이 자식 또 사기당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그에게 전화를 했고, 수상한 독서모임에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자초지종

A군의 독서모임과의 만남은 이랬다. 최근 새로운 여가생활을 하고자 했던 A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약 4명 정도로 된 독서모임 채팅방을 발견하였는데, 그 오픈 채팅에서 그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모임에서 정모를 하게 되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참석자를 조사 후 첫 모임에서 보게 되는 법인데, 그의 모임과의 첫 만남은 페이스톡을 통해 이루어졌다. 코로나 언택트 시대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상호 인사는 페이스톡으로 언택트로 진행되었다.

첫 정모에서 볼 첫 번째 도서를 무엇으로 할지 이야기를 나누다 인문학도서를 고르기로 한 독서모임 팀원들. 무슨 앱인지는 모르겠지만, 팀원들의 MBTI를 보고 추천 도서를 결정해 주는 앱을 통해 도서를 골랐는데 5명의 사람 중 3명의 추천도서가 성경이 나왔다고 한다.


추천도서로 성경이라니. 우연이 그렇게 선택되었을 수도 있는데, 의심은 다음이야기에서 더 더해진다. 처음에 A군은 성경이 선택되었을 때 각각 성경의 한 소절을 선택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임에서는 성경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도서이면서, 예수의 이야기는 허구보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이야기하며, 성경 대한 찬반토론 없이 일방적 정보전달만이 진행되었다.


5명의 사람 중 독서지도자라고 소개받은 한 사람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성경의 장점에 대해서 어필했고, 오픈톡방에서 모임을 주도해 나갔다. 이상하게도 오픈채팅방을 만든 방장은 모임에 없었으며, 채팅방에서도 없었다.

 

A군이 모임에 참여하자마자 주 1회였던 모임을 주 3회로 늘리자고 말이 나왔고 하고, A군에게는 독서지도사와 단둘이 만나 독서모임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제안도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 더, A군이 1회 차 독서모임을 끝내고, 뒤풀이를 독사지도사의 차를 타고 가게 되었는데, 내비게이션이 폰과 연동되어 있었는지 화면에 A군의 실명이, 가운데 자리이름만 가려진 채로 (김*수)처럼 나오면서 2.4 구역 진입 중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고 한다. 워낙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독서지도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A군은 그 후 뒤풀이가 종료될 때까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되어 그 후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요즘 사이비 종교가 많다. 많은 종교들이 포교를 하지만 특히나 신천지와 같은 종교는 유독 그 빈도나 형태가 과하다. 또한 광주는 신천지의 성지 같은 동네가 아닌가.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A군에게 빨리 그 모임에서 나오라고 전했다. 본인이 꺼림칙한 것을 느껴도 '다음번 모임도 한 번 더 나가볼까' 고민하는 A군의 생각이 그 들이 정말 순수하지 않은 독서모임이라면, 사기를 당해 신천지가 될 운명일지도 몰랐다.


과한 의심일까? 아니면 추측이 맞을까?  섣부른 판단을 뒤로하고 그 선택을 A군에 맡겼다.(물론 사기 같으니 빨리 탈출하라는 의견을 더 어필했다. 찝찝한 일은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현재 A군은 단톡방에 "취업준비 때문에 한동안 모임에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평소 그에게 반응해 주던 모임원들에 지금은 숫자가 사라진 채 응답이 없다고 한다.


이후 A군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과연 이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조합해 본다면, A군이 본인의 친구라면 무슨 조언을 사람들이 해줄지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구독하기와 라이킷 댓글은 힘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