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롱 Jan 16. 2023

사표선언

퇴근이 없는 삶

오빠정도면 성공했쥬... 전 이제 백수라..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 10년 전 여행 대외활동을 통해 알게 된 P양이랑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으로 대화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무언가 원하는 걸 찾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이직한 P양인데. 분명 얼마 전 새해에 안부를 전했을 때까지만 해도 "회사 잘 다니고... 휴가 내서 게임하고..." 그렇게 말했기에 '아 얘도 잘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퇴사를 결심하다.

갑자기 전해 들은 P양의 이야기는 이렇다. 분명 서울에 있었는데, 갑자기 고향에 가 있다길래 휴가인가 싶어 물어보니, "그저께 퇴사를 결심했다"는 것이다.(마지막 휴가 중)

브런치에서도 다양한 퇴사 관련 글을 읽지만, 퇴사라는 게 20대처럼 "에이 하기 싫어"하면서 그만둘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에, P양 또한 오랫동안 백수와 재직자의 중간에서 한참을 고민했을 게 분명하다.


띵동!


P양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었다. 뭔가의 택시내역서였다.


'P양이 요즘 택시 투잡을 뛰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보아니냐...ㅋㅋㅋ(편견없는사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P양은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ㅈ소기업 체험기에 의거. [마케팅, 기획]이런 분야는 너무 직원들을 갈아댄다. P양의 회사도 마찬가지겠지. P양에게 듣기론 상사는 퇴근 전 "야근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산더미같이 쌓인 일을 안 하면 내일의 그녀가, 모래의 그녀가 업무에 짓눌려 죽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의 그녀는 더욱 생기를 갈아 넣어 일을 한다. 위의 택시 사진은 P양이 퇴근한 시간이었다. 새벽 3시, 4시. 예전에 내가 기획사에서 2시에 수당도 없이 퇴근하던 것보다 더 열악한 조건이었다.

P 왈, "연차도 몇 개 쓰려하면 "너무 오래 쉬는 것 아닌가?"라고 면박 주고, 회사가 돈이 없어 개인 카드를 긁었으며(자조), 야근수당, 주말수당은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 

게다가 전 직원 퇴사하면서 강제로 넘겨진 업무 등이 P양이 퇴사결심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덤으로 저번주 회사 근처로 이사했다는 건 더 슬픈 이야기)




ㅈ소에서 퇴사하는 법

"메일로 사표를 내버려라", "뒤는 모르겠고 하던 일 던지고 사표 내버려라" 등의 조언을 했지만, 한 가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한 완벽주의자인 P양의 성격에는 그건 어려웠나 보다. 무엇보다 참고 견디 일하는데,

내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내가 ㅈ소기업들을 다닐 때 느꼈던 감정들이랑 너무 똑같아 공감이 갔다.

내가 일자리를 찾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제 뭐 할지 모르겠지만, 사표를 결심하는 힘을 온전히 다 써버린 P양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멀리서 응원의 선물 정도만 보낼 뿐이었다.(P양에게는 힘 좀 내라고 페레로로쉐 초콜릿을 선물로 보냈다.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다 잘될 겁니다.)




완벽주의자 그녀

내가 P양을 완벽주의자로 기억하고 있는 건, 10년 전 P양과 함께한 조별활동에서였다. PC로 영상 작업을 하다가 파일이 날아가 P양의 멘탈이 부서지고, 저기압이 돼서 불같은 성격의 P양의 또다른 자아를 마주쳤다. 무서웠다.

물론 우리 조의 영상은 실패했지만, 나의 화려한 말빨로 유야무야 넘겼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발표에서 "이번에 못만든 영상 나중에 완성해서 보여드릴게요"라고 이야기했었는데(근거없는 자신감), 그 실패한 영상을 나중에 시간을 들여 내레이션까지 완벽하게 만들었으니(셀프녹음) 그야말로 내가 P양을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요즘도 가끔 그 영상을 보면, P양의 능력이 다시금 돋보인다. 연출 편집 내레이션 출연 등등. 일당백 그녀)




내 주변에 대단한 사람이 많다. P양도 그 사람들에 포함다. 내가 봐온 것만 해도, 엄청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온 P양 니까. 이번에 결국 퇴사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선택이 P양의 더 빛나는 미래를 만들 시발점이 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언젠가 어디에서 본 드라마의 명언을 끝으로 P양의 이야기를 마친다.

과거를 후회하지 마세요. 선택은 미래에 있습니다.


구독하기와 라이킷 댓글은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