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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18. 2023

커피의 추억

당신에게 커피란 어떤 것인가요?

모락모락

종이컵 위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종이컵에 담겨있는 갈색의 달달한 향이 나는 액체. 믹스커피다. 눈앞에 놓여 있는 믹스커피 한 잔에,  과거 커피와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생각이 난다. 첫 커피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느낌과, 커피란 어떤 음식인가에 대한 생각 등, 이제는 누구에게나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커피에 대한 추억은 커피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추억 1.

커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갓난쟁이 얼라들에겐, 꿈의 음식이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고스톱 한 판이 벌어지면, 어머니께서 여러 잔의 믹스 커피를 타서 친척들에게 돌리곤 했다. 달달한 냄새와 함께 풍겨오는 진한 믹스커피의 향은, 맛도 모르는 얼라들도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음료였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커피 한 잔은 주어지지 않았다. "너도 커피 먹고 싶어? 나중에 어른되면 마셔, 어릴 때 커피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 우리 부모님을 비롯해 친척들이 우리들을 보며, 늘 했던 말이었다.


추억 2.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한때 아주 잠시나마 어머니께서 기사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을 하신 적이 있다. 가끔 어머니를 찾아 식당을 방문할 때면, 주방이모들께서, 나를 반겨주며 자판기에서 본인들의 커피를 뽑으며, 나에게 "뭐 뽑아줄까?"라고 물어보곤 하셨다. 나는 커피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입에 대보지 못한 그 음식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율무차라는 메뉴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음료는 생각보다 매우 달콤했었다.


추억 3.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접하게 되었다. 내 친구 B군은 누구보다 빠르게 커피를 접한 친구였고, 인근 카페에서 처음으로 우리에게 아메리카노라는 커피를 사주었다. B군은 나에게 아메리카노를 "달콤한 어른의 맛"이라고 알려주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 향의 매력과 달콤한 어른의 맛이라는 친구의 표현에 기대치는 양껏 높아졌고, 아메리카노를 한 입 삼킨 순간, 내 머릿속에서 커피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기분 좋은 향과는 달리 씁쓸하면서 머리가 띵한 그런 맛이 목구멍을 강타했다. 한 줄로 표현하자면, 담뱃재를 물에 불려 향료첨가한 맛이라고 외치며, 친구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추억 4.

커담이라는 말이 있다. 커피와 담배. 나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커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랬던 나도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3년 정도 마신적이 있다. 내가 조선소 일한 기간이 커피를 오래 마셨던 때다. 조선소에서는 10시와 12시, 15시에 각각 휴식시간이 부여된다. 고된 노동 후에 마시는 200원짜리 믹스커피 한잔은 몸속의 깊이 들어 있는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커피 속 카페인 덕분이었는지, 추운 날 속을 데워주는 커피의 온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맛은 잊지 못한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요즘 내가 손님들이 사무실을 방문하면 으레 하는 말이다. 나는 커피를 마시진 않지만, '와서 잠시 쉬어가며 일하세요'라는 의미로 커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믹스커피 한잔을 타주며,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일어날 때면, "오늘도 퇴근까지 힘냅시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일하게 되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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