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에서 즐겨보던 BJ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한 말이다. 그녀의 시청자들은 20대로 가득 찬 인터넷 세상 속에, 30대 미혼 방송인인 그녀에게 나이를 이용해 티키타카를 많이 했다. 그녀는 나이이야기를 하면서 동료 BJ들은 20대인데 나만 30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기에, 여전히 앞의 십의자리는 2자로 고정해 놓고, 일의자리는 9다음에 십의자리로 올라가는 게 아닌, 일의자리 숫자가 커지는 것을 택했다. 그때 들은 [스물열한살]이라는 표현이 나에게는 너무나 와닿아, 나는 그 BJ분의 표현을 빌려, 내 나이를 소개할 때 [스물열여섯살]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아마 서른하나를 넘어선 시점부터, 나이세기를 그만두었던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유독 특이하게 나이를 세는 우리나라에서 만나이, 연나이, 병역나이 이런 다양한 종류의 나이는 나조차 내가 몇 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고, 언젠가부터, 남에게 내 나이를 전하는 게 나조차 어려워, 나이 세는 것은 멈추어졌다. 대신에, 사람들이 "몇 살이세요?"라고 물을 때면, 으레 "88년생 용띠"입니다.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나이를 말씀하실 때 "59년생 돼지띠", "58년생 개띠"와 같은 출생 연도와 십이간지띠로 말하곤 하시는데, 어느샌가, 나도 내 나이를 "88년생 용띠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다가오는 6월이 되면, 우리나라도 세계화에 발맞추어(?) 만나이 체제를 시행하게 된다고 한다. 외국과 동일하게 나이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외국친구들에게 한국의 나이체계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립의 나이는 20대가 되고, 불혹의 나이는 30대가 된다는 희소식에, 이제 막 경계를 넘어선 이립과 불혹들에게는 다시 한번 청춘으로 회귀하는 기분이 아닐까? 나 또한 그렇다.
잘 지내십니까? [스물열넷의 나]. 몇 달만 기다려주세요. 곧 만나러 갑니다. [스물열여섯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