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체리는 엄청 비싼 과일이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가 있거나 후르츠칵테일에 몇 개 들어있지 않은 그런 과일. 최근에는 체리가 대중화되면서 마트에만 가도 1~2만 원이면 양껏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구매가 간편해졌지만, 어렸을 적만 해도 부모님께선 비싸고 맛없는 과일이라 하시면서 잘 사주시지 않으셨다.(아마 맛이 별로이고 부모님께서 즐기시지 않는 과일이기에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지금처럼 외국 과일이 대중화가 된 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체리와 버찌
나는 불현듯 호기심이 생기거나 하면 인터넷의 나무위키라는 잡학사전 사이트를 종종 이용하곤 하는데, 아까도 사논 체리를 주어먹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체리가 순우리말로 버찌였던 것 같은데, 왜 마트에서는 버찌라고 팔지는 않는 것이지?' 나무위키 검색.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요 녀석은 미국산 체리다. 과일형태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버찌는 미국산 체리보다 훨씬 작고 맛이 없다고 한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벚꽃의 벚나무의 동양버찌를 우리는 버찌라고 한다.
체리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카드.
80년대 생들에겐 너무나 친숙했던 애니메이션인 카드캡터 체리(원작 카드캡터 사쿠라). 사쿠라가 벚꽃이라는 의미니까 어찌 보면 번역을 기깔나게 한 셈이다.
아직도 시리즈가 나오고 귓속을 맴도는 catch you, catch you, catch me , catch me는 정말 명곡이다.
엄청 맛있게 생겼고, 귀하게 생긴 과일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뭔가 과일계에서 대표를 선발하라고 한다면 미모 부분에서 감히 1등에 도전할만한 과일인 체리지만 그 맛은 달콤하진 않다. 시큼하기도 하고 텁텁하기도 하며, 속에 들어있는 씨는 체리를 먹는 식감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맛만 좋았다면 아마 불호가 없는 과일이었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