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체리

by 장롱
귀한 과일

내 기억 속의 체리는 엄청 비싼 과일이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가 있거나 후르츠칵테일에 몇 개 들어있지 않은 그런 과일. 최근에는 체리가 대중화되면서 마트에만 가도 1~2만 원이면 양껏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구매가 간편해졌지만, 어렸을 적만 해도 부모님께선 비싸고 맛없는 과일이라 하시면서 잘 사주시지 않으셨다.(아마 맛이 별로이고 부모님께서 즐기시지 않는 과일이기에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지금처럼 외국 과일이 대중화가 된 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체리와 버찌

나는 불현듯 호기심이 생기거나 하면 인터넷의 나무위키라는 잡학사전 사이트를 종종 이용하곤 하는데, 아까도 사논 체리를 주어먹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체리가 순우리말로 버찌였던 것 같은데, 왜 마트에서는 버찌라고 팔지는 않는 것이지?' 나무위키 검색.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요 녀석은 미국산 체리다. 과일형태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버찌는 미국산 체리보다 훨씬 작고 맛이 없다고 한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벚꽃의 벚나무의 동양버찌를 우리는 버찌라고 한다.




체리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카드.

80년대 생들에겐 너무나 친숙했던 애니메이션인 카드캡터 체리(원작 카드캡터 사쿠라). 사쿠라가 벚꽃이라는 의미니까 어찌 보면 번역을 기깔나게 한 셈이다.

아직도 시리즈가 나오고 귓속을 맴도는 catch you, catch you, catch me , catch me는 정말 명곡이다.




엄청 맛있게 생겼고, 귀하게 생긴 과일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뭔가 과일계에서 대표를 선발하라고 한다면 미모 부분에서 감히 1등에 도전할만한 과일인 체리지만 그 맛은 달콤하진 않다. 시큼하기도 하고 텁텁하기도 하며, 속에 들어있는 씨는 체리를 먹는 식감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맛만 좋았다면 아마 불호가 없는 과일이었을 텐데 아쉽다.


그냥 연휴에 집에서 빈둥대다 체리를 집어먹으면서 쓰는 의미 없는 단상.



구독하기와 라이킷 댓글은 힘이 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