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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02. 2023

그 시절의 나

군대시절의 나

 

​그 시절의 나는 무조건 참았다.


무조건 그곳을 벗어나면 좋겠다는 꿈하나로 이 악물고 버티길 2년.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던 그날, 눈  위병소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넘어질까 걱정도 없이 소리 지르며 뛰어가던 입대 동기 KT와의 말년휴가.

그리고, 정 없던, 우리 포대원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뒤돌아서던 마지막 제대날. (소리 없이 나가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코 지나가지 않았던, 그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갔고, 그리고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4년. 길고도 짧은 시간. 여전히 나는 막연히 벗어나길 꿈꾼다.

한 곳에 얽매여 있지 못하는 성격 탓일까?

끈기와 인내심이 없던 걸까?


그 시절의 2년간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끈기 있고,  노력했으며 유일하게 조금은 빛났던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지긋지긋한 군대를 벗어나, 사회로 나가면 무엇이 조금은 달라지고, 원하는 게 생길 것만 같았지만, 그것은 또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햇수로 벌써, 4년 차. 막연했던 꿈을 안고 사회의 공기를 맡은 햇수다.

사회로 처음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는 정말 스스로가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은 단지 소망이었다.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크게 변하지 않은 내 모습에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하며 변하길 소망했던, 그날을 그리워한다.

 

특히나, 1년에 몇 번씩 다시 군복을 입게 되는 예비군 훈련 때는 약간은 어리바리하고, 약간은 리더십 있으며, 군대에 관심을 가지던 내가 다시금 생각난다.

지금은 혀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눈길도 주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아니면 의외로 관심이 있던 분야였는지, 정말 노력했던 내가 생각난다.

 

내일은 4년 차 예비군이다.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이구나.

팔자에도 없는 동원훈련이 잡혔다. 2박 3일 동안 다시 부대로 들어간다.

2년 동안 치를 떨면서 괴로워하고 철조망 바깥의 사회를 부러워하던 시기가 생각난다.

현재, 철조망 밖에 있는 나는, 사회에 찌들어가고, 직장에 지쳐, 한 가지만 끝없이 소망하던, 철조망 속의 내가 부럽다.

 

아주 간혹,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군대에 있던 내가, 그때 그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대화를 한다.

참 싫은 기억 속에도 추억이 있나 보다.

그리고 안 좋은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참으로 잊히지 않는 일들이 많다.

어지간히 그곳이 싫었나 보다.

특히나, 자기주장이 매우 강해서 생각보다 적이 많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 포대장과 행보관 과는 정말이지 끊임없이 대립했던 것 같다.

 

그래도, 완전 나쁜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좋은 추억도 머릿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K-9 자주포(탱크)를 타고, 도로를 누비며 K9 위, 높은 곳(사진 속의)에서 다른 사람(다른 바닥을 기는 군바리보병들)들을 바라보던 그때 그 기분은, 사회로 나온 지금 어느 곳에서도 다시 느껴보지 못했다.

 

다시금 그런 상쾌하고, 강렬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남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시 군대를 가라면, 미치지 않는 한 다시 가진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2014년 4월 15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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