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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02. 2023

우리네 책상 한편은 평안하신지요?

다육이를 보고 느낀점

우리네 책상 한편은 평안하신지요?


@2011. 다육이 미니벨, 베라하긴스, 특엽옥접, 부사, 백모단 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삭막한 우리네 책상을 본 적이 있는가?

"뭔가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뭔가 조금은 아쉽다."

 

그렇게 문득 생각이 들고나면 우리는, "다육이"와 마주친다.

흔히, 꽃가게에서 다육이를 만나기도 하고, 다이소와 같은 잡화점에서도 다육이를 만나기도 한다.

 

다육이, 그렇다. 이 다육식물이라는 것은, 물만 잘 주어도 잘 자라는 뭐 일종의 선인장 같은 녀석들이려니.. 하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고, 나의 삭막한 책상 한 구석에 자리해서, 왠지 맑은 공기를 내뱉어주며, 광합성도 시켜주는 것 같은 치유력이 뒤따른다.

 

아마, 누구든, 살면서 한번 정도는, 이 다육이라는 녀석을 충동구매로 구매해서 길러볼지도 모른다.

 

"나란 사람"이 이러한 다육이를 키우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사람이 많겠지만 역시나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다육이라는 녀석들을 한 번은 키워보기도 했다. 한때 다육이 일지까지 작성한 걸 보면, 지극정성으로 녀석들을 키웠나 보다.

아마 내가 이걸 키우기 시작할 때쯤이, 트래블리더 3기 활동을 시작하기 전이니, 아마도, 내가 대외활동에 발을 들이고 나를 알게 된 사람은, 내가 다육식물을 키웠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아마도 이번 에세이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아니 이 인간이 식물을 키웠단 말이야? 정말? 네가? 하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수많은 녀석들은 어머니의 손을 거쳐서 다들 죽어버리고(못 키워서 죽은 게 아닌, 관리하지 않는 식물이 너무 많아 한 종류를 남기고 일괄 처분하셨다.), 처음부터 내가 키우고자 했던 녀석만 매년 붉은 꽃을 피우면서, 꾸준히 우리 집 한편에서 2번째 화분에 뿌리를 내리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내가 다육이와 만나게 된 것은, 아마 제대 후에 삭막한 내 책상을 보고 나서다.

"음, 뭔가 삭막하는구먼, 식물이라도 책상 한편에서 키우면서, 힐링을 해야겠어"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주변에 다육식물을 나눔 해 주신 선배님께 연락을 드렸다.


"누나, 빨간 꽃피는 저 가재발 선인장이라는 녀석을 키우고 싶은데 키우기 쉽나요?"

간략한 물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빨간 꽃피는 가재발 선인장이라는 녀석이 키우고 싶었을 뿐이다.

나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빨간색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옷과 신발이며 시계며 심지어 지금은 넥스트랩까지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물론 이 당시에도 RED의 사랑은 계속되어서 단지 빨간 꽃이 피는 식물이 기르고 싶었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나의 식물계 입문을 적극권장하시기라도 하시듯, 가재발선인장 외에, 10여 가지의 다육이들을 택배로 보내주시었다.

그것도 아마 선불로. 이런 매력적인 취미에 입문하게 해 주신 선배님께 감사라도 전하며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 짬이 나지 못한 채 졸업해 버렸으니, 이 은혜는 일단 잠시 키핑해 놓자.


수많은 화분들을 받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양에 일단 당황.

가재발 선인장 하나만 책상 한편에 놓고 키우려는 생각이었으나, 엄청난 양에 책상 대신 일단 모두 베란다로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선배님의 배려로, 졸지에 반쯤 본격적으로 다육이에 입문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당시 분양받은 다육이들이, 가재발선인장, 입전, 특엽옥접, 사마로, 용원, 부사, 홍화장 정도를 분양받았고, 그 이후에 블랙프린스나 뉴헨의 진주, 룬데리, 왁스, 미니벨, 백모단, 베라하긴스, 자보, 백혜, 백어연 등 지금 생각해 보면 10여 종이 훨씬 넘는 종들까지 추가분양받으면서, 반년이상 다육이를 길렀던 듯하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육이는 단순히 다육이인 줄 알았는데,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랄지도 모른다.

다육이 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종이 엄청 많다. 무엇보다, 다이소 같은 데서 파는 것은 이름표도 제대로 없어서, 누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도 조금은 슬픈 일이다.


맨 처음 나눔 받은 다육이는, 한 겨울에 분양받은 데다, 택배실에서 약 3일 정도 갇혀 있어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이 시퍼렇게 질린 다육이들이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때 이 보랏빛으로 변해버린 놈들이 살아날까라는 의문에 선배님께 조언을 구했으나, 흙 위에 던져놓으면 뿌리가 난다라는 믿기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식물이 강해도 이렇게 삐쩍 마른 보랏빛 식물이 뿌리를 내린다니..., 믿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 후로 식물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따로 영양제를 꽂아주지 않았지만, 빛이 잘 들지 않는 안 좋은 기숙사 환경에서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주었고, 푸른 잎을 틔웠으며, 나중에는 꽃까지 피워주었으니, 그야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붉은 꽃이 보고 싶어서, 키운 가재발 선인장이, 붉은 손톱을 조심스럽게 내밀고, 붉은 꽃을 피워냈으니까.

소정의 목표를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 10개가 넘는 화분을 기숙사에서 처리하기도 힘들었을뿐더러, 룸메이트에게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친 것도 있고, 기숙사를 나간 후 이사하는 과정에서 모든 다육이를 가져가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학과사무실과, 실험실에 많은 화분을 분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에 가재발선인장과 입전, 블랙프린스를 비롯한 4~5 종 정도를 집으로 가져갔으나, 어머니께서는 다육이를 관리 안 한다는 이유로 애들을 고이 밖의 화단에 투척하심으로써 강제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만드셨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시름시름했던, 가재발선인장만은, 집에서 폭풍 성장으로 살아남아, 집에서 칼란디바, 산세베리아와 함께 어머님의 보살핌 아래, 어느덧 2번째 화분으로 그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사소한 생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

극한의 상황을 견디고 나서 다시금 뿌리를 내리는 가재발선인장은 나보다 강한 것 같기도 하다.

사회에 아직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해서, 항상 힘들다 하소연하고 징징거리는 나보다, 꾹 참고, 꽃을 피우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인내하는 작은 가재발 선인장이 더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문득, 옛날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집이든, 회사든, 책상 한편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비어있는 한 자리에 그때 그 대단한 존재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무언가를 또다시 찾아보곤 한다.


@이 글은 2014년 4월 25일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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