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스포츠라곤 지난 30여 년 간 담쌓고 지냈고, 와인 같은 건 쓴맛만 난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각종 스포츠를 비롯해 와인, 음식 등에 대한 각종 상식들과 룰, 지식 등은 잔뜩 가지고 있다. 대부분 책에서 익힌 정보들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정보의 출처는 대부분이 평범한 서적이 아닌, 만화책이라는 사실이고, 나는 그러한 정보들로부터 세상을 알게 되었고, 많은 배움을 얻어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세계의 온갖 남자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축구. 나는 크게 관심이 없다. 월드컵을 해도 결과만 궁금한 뿐이다. 축구는 룰이 존재하는 스포츠이고, 나는 그 룰을 [환타지스타]에서 배웠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내가 월드컵을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극장가를 타격하고 있는 슬램덩크. 농구계에서 내로라하는 작품인데, 나 역시 농구를 [슬램덩크]와 [쿠로코의 농구]에서 배웠다. 코트를 직접 뛰진 않지만 농구란 어떤 스포츠이고 어떤 룰로 진행되고 사나이의 열정은 어떤 것 인지 말이다. 배구도 있다. 김연경 덕에 최근 배구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우리나라인데, 나는 [리베로혁명]과 [하이큐]에서 배구를 배웠다. 6명의 맴버외에도 최 후미에서 든든하게 팀을 지원해주는 리베로라는 포지션도 있다는 사실을. 최근 대세예능으로 떠오른 골프도 배웠다. [골프천재 탄도] 시리즈가 나에게 골프를 알려주었다. 내가 골프채를 잡을리 만무하지만, 드라이버, 아이언, 샌드웨지, 퍼터 같은 말을 어떻게 알겠는가? 복싱은 [더파이팅],[내일의죠]에서 배웠고 (잽잽 원투) 체조는 [플라이하이] (고난도 기술 드가체프) 유도는 [야와라]에서 배웠다. 공수도도 [공수도 소공자 코히나타 미노루]를 통해 배웠다. 미식축구는 [아이실드21]. 춤은 [힙합]에서 배웠다. 자전거는 [내마음속의자전거],[겁쟁이페달],[스피드도둑],[윈드브레이커]에서 배웠다.(접이식 자전거의 대명사 브롬톤이라던가 산악왕은 땡땡이 무늬 옷을 입는다던가,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을 클라이머라고 하며, 페달수를 케이던스라던가 하는 것 말이다.)
스포츠 말고는 뭐가 있을까?
나는 의료 만화책도 많이 보았다. [갓핸드테루]라던가 [의룡], [닥터K] 시리즈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으며 의료인의 중요성을 배웠다. [SOS 해상특수구조대]라던가 [출동! 119구조대]등의 구난만화를 통해 그들의 힘듦과 노력, 감사함을 배웠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은 [생존일기]라던가 [일본침몰]에서 배운 듯하다.
음식에 대한 지식도 책에서 배웠다. [식객],[맛의달인],[라면요리왕],[미스터초밥왕],[신중화일미],[화려한식탁]등 나는 벌써 지식으로는 셰프였고, [신의물방울]을 보면서 디켄팅을 익힌 소믈리에가 되었다.(현실은 와인알못)
얻으려는 것이 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등가교환(기브앤테이크)을 [강철의연금술사]에서 배웠으며, 각종 글의 소재로 연관 지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은 [명탐정코난],[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배웠다. 그리고, 글쓰기는 [히비키 ~소설가가 돠는방법~]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으려나...?
어느 날 문득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친구는 고등학생 시절 무협소설책만 읽는다고 부모님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무협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유행하던 불법스캔본으로 각종 만화를 섭렵했고, 이후 대학생 때는 만화방을 들락거리며, 각종 만화를 골고루 읽었다.
그 당시에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책이나 웹툰을 보는 것에 대해 많이 잔소리를 하셨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본다면, 이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사회화의 한 종류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상식과 지식의 50% 이상을 만화책에서 얻었으니까.
다만, 나는 만화책 독서가 너무 과했다. 만화방에 가도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읽을 게 없었으면 그 당시 3류 만화책이었던 김성모의 [럭키짱]을 돈 주고 빌려봤는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